그리스, 조기총선 돌입…중도우파로 정권 교체 '초읽기'

입력 2019-07-07 18:30  

그리스, 조기총선 돌입…중도우파로 정권 교체 '초읽기'
구제금융 졸업 이끈 치프라스 총리, 참패 예상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그리스가 7일 오전(현지시간) 아테네를 비롯한 전국에서 일제히 조기 총선에 돌입했다.
이번 선거는 그리스가 8년 간 3차에 걸친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체제를 작년 8월 졸업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의원 선거다.
그리스는 당초 10월께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와 이어진 지방선거에서 자신이 이끄는 정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참패하자 총선을 3개월가량 앞당겼다.


여론조사 결과에 비춰볼 때 이번 총선에서도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재현돼 중도우파인 신민주당(신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전 장관이 이끄는 신민당은 시리자를 지지율에서 약 10%포인트 차로 따돌리면서, 단독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 확보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신민당의 예상 의석 수는 151석에서 165석으로 추산되는 반면, 시리자는 70∼82석의 의석에 그칠 것으로 보여 의석 수가 현행 144석에서 반토막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참패가 점쳐지고 있으나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투표가 시작되기 전 "우리는 첫 시각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과 의지를 갖고 전투를 치를 것이다. 투표 용지엔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은 까닭에 어떤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트윗을 날리며 막판 뒤집기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리스 채무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5년 초 변방에 머물던 시리자의 총선 승리를 이끌고 그리스 역사상 최연소 총리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킨 치프라스 총리는 재임 기간 세금 인상과 연금 삭감 등 일련의 긴축 정책을 밀어붙여 중산층의 외면을 받은 것이 뼈아팠다.
국명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분쟁을 이어온 이웃나라 북마케도니아와 합의안을 도출한 것도 대다수 국민의 반발을 사며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 한 것으로 분석된다.



예상대로 신민당이 승리할 경우 정치 명문가 출신의 미초타키스 대표가 차기 총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보수파의 거두로 1990∼1993년 총리를 지낸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 전 총리의 아들인 그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뒤 국제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 컨설턴트 등 은행가로 일하다가 부친의 뒤를 이어 정치에 뛰어들었다.
2013∼2015년 안토니스 사마라스 내각에서 개혁행정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공공 부문 일자리를 대폭 삭감한 전력을 지닌 그는 경제성장과 외국인 투자, 세금 인하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해 지지세를 불려왔다.
신민당의 과반 의석 확보 여부는 군소 정당의 성적표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긴축을 강요하는 국제채권단에 반발해 치프라스 내각의 첫 재무장관직을 내던진 경제학자 야니스 바루파키스가 긴축 반대와 경제 정의를 기치로 내걸고 창설한 범유럽 정당 'MeRA25', 전직 언론인이 설립한 극우·친러시아 성향의 신생정당 '그리스 해법' 등이 원내 진출에 필요한 하한선인 3% 득표율 달성을 노리고 있다.
투표율도 선거 결과의 변수로 꼽힌다. 그리스에서는 최근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투표 대신에 해변 나들이를 선택하지 않을까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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