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중단에 부담금도…세계적 관광지 '오버투어리즘' 대응 부심

입력 2019-07-07 20:00  

광고중단에 부담금도…세계적 관광지 '오버투어리즘' 대응 부심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미국 CNN 방송이 7일 전 세계 관광업계의 뜨거운 이슈인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과잉관광) 현황을 소개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관광지 인근 주민들의 대응을 집중 조명했다.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 후보 중 하나로 선택했던 오버투어리즘은 과도하게 밀려드는 관광객들이 유명 관광지 인근 환경을 어지럽히고 현지 거주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페루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손꼽히는 마추픽추에 있는 15세기 잉카 성채 유적지에는 지난해 157만8천30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전년 대비 12% 늘어난 수치다.하루 평균 4천300명의 관광객이 마추픽추의 좁은 산책로에 몰린 탓에 페루 당국은 올해 1월 엄격한 새 입장료 구매 시스템을 도입했다.
마추픽추 권장 체류 시간은 최대 4시간이며, 입장권에 표시된 방문 허용 시간대 이외 방문이나 재방문은 금지된다.
방문객을 시간대에 따라 분산하는 것이 목표다.
미추픽추 관계자는 "새로운 입장권 구매 시스템은 매일 방문자 수를 줄이지 않고, 성채에 들어오는 방문객 흐름을 관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인근에 친체로 국제공항 건설 추진으로 방문객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현지 우려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경우 지난해 방문객이 1천800만명이었는데 2030년에는 4천2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시 관광위원회는 관광과 관련 광고를 중단하기로 했다.


시 관광위원회는 2030 전망 보고서에서 관광객의 관심을 다른 도시로 돌리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1월부터는 명소인 홍등가 관광도 금지된다. 관광객이 네덜란드의 상징인 튤립을 짓밟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표지판도 설치한다.
이 밖에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 서비스를 통한 단기임대 허용기한을 30일로 제한다는 방안도 시도하고 있지만, 업계와의 갈등으로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매년 3천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지난 6월 주데카 운하에서 발생한 선박 사고 이후 오버투어리즘 논쟁이 한층 뜨거워졌다.


당시 주데카 운하에선 6만5천500t급의 대형 크루즈선인 'MSC 오페라'가 엔진 이상으로 중심을 잃은 뒤 부두로 돌진해 정박 중이던 소형 유람선과 선착장을 들이받아 관광객 4명이 다쳤다.
지역민들은 크루즈 운영이 정작 당일치기에 그쳐 지역에는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며 주데카 운하내 크루즈 운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베네치아시는 이에 따라 당일치기 여행객에게 3유로부터 시작되는 관광 부담금을 물리고 있다.
이 부담금은 방문 시기와 방문객 수 등을 고려해 2020년까지는 3유로(3천900원)에서 10유로(1만3천원) 사이에서 조정될 전망이다.
여러 문제점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지만, 관광 수입 의존도가 큰 관광 도시들은 수입원을 외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여행사의 최고경영자인 저스틴 프랜시스는 "관광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부정적 영향을 막으려면 규제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관광 여행 관광협의회(WTTC)에 따르면 작년 14억명의 국제 여행객 중 36%에 해당하는 5억명가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시 300개 가운데 1곳을 방문했다. 유명 관광지로의 '쏠림' 현상이 크다는 의미다.
WTTC는 인도 델리, 이집트 카이로, 필리핀 마닐라, 태국 방콕, 러시아 모스크바와 같은 도시들도 유명 관광지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도시들이 향후 10년 이내에 급격하게 늘어날 관광객들을 제대로 감당해낼 만한 대비책을 갖고 있지 않다고 CNN은 지적했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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