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개·고양이 그냥 못봐요" 천안의 유기동물 천사

입력 2019-07-09 09:27  

"버려진 개·고양이 그냥 못봐요" 천안의 유기동물 천사
50대 중소기업 대표 17년째 돌봄 발 벗고 나서…미혼모 등도 도와


(천안=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충남 천안에는 유기동물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돌봄 천사가 있다.
직산읍에서 레이저 가공 및 저장 탱크 제조기업을 운영하는 이미정(55)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공장 안에서 먹이를 주며 돌보는 고양이만도 10여마리에 이른다. 이른 아침 그가 출근할 때면 공장 주변 곳곳에서 사는 고양이들이 슬금슬금 그의 곁으로 모여든다.
그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는 언제든 유기 동물에게 줄 먹이가 준비돼 있다. 집과 공장을 오가며 눈에 띄는 길고양이 등이 보이면 어김없이 차를 세우고 먹이를 놓고 간다.
이 대표가 동물을 가까이하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한파로 운영하던 사업체가 휘청일 때 딸이 강아지(미니어처 슈나우저) 1마리를 선물했다.
이때 애완견과 교감하면서 힘든 시기를 넘긴 뒤 버려진 애완동물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고 한다.
공장을 직산읍으로 이전한 2007년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개집 여러 개를 철물점에서 샀다. 주변 공장이나 가정집에 묶여 있던 개들의 집으로 사용하도록 선물하기 위한 것이었다.
남이 키우는 개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이상히 여긴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과일이나 삼겹살 등 선물 공세도 했다.
이후 2∼3일에 한 번씩 식당에서 먹다 남은 음식을 싸 와 사료와 함께 제공하기도 했다.
현재 이 대표가 돌보는 애완견은 100여마리에 이른다.
동물들에게 주는 사료 등에 들어가는 비용만도 한 달에 200만원 정도가 된다.
공장에서 키우던 애완견 '똘똘이'가 다른 진돗개에 물려 심한 상처를 입고 사경을 헤매자 60여일간 동물병원에 입원시켜 생명을 구했다. 치료비만도 450만원이 들었다.
똘똘이는 4년 전 주인으로부터 학대당해 버려진 것을 이 대표가 입양했다.


그의 팔과 다리 여러 곳에는 상처가 있다. 버려진 유기견을 구하려다 물려 10여 차례 병원에 입원도 했다.
이 대표는 버려진 동물에게만 애정을 쏟는 것이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3명의 미혼모 가정에 월 30만원씩 생활비도 대주고 있다.
최근에는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년간 1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충남에서 87번째 아너 소사이어티가 된 것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12월 설립한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이다.
이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에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돈을 훔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의 수업료를 대신 내준 적이 있었다"며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오지랖이 넓은 것 같다"며 웃었다.
j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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