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입양한인 "엄마, 당신이 누군지 알려주세요"

입력 2019-07-09 10:40   수정 2019-07-09 16:18

노르웨이 입양한인 "엄마, 당신이 누군지 알려주세요"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엄마, 당신이 그립고 필요합니다. 너무 늦기 전에 당신이 누군지 부디 알려주세요."
노르웨이에 거주하는 입양한인 캐서린 토프트(여·36) 씨가 엄마를 찾고 있다.
그의 사연을 담은 편지 등을 받아 9일 연합뉴스에 전한 중앙입양원에 따르면, 그는 1983년 2월 20일 태어났다. 얼마 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서 발견돼 경찰에 인계됐고, 전주영아원을 거쳐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생후 5개월 때 노르웨이에 입양됐다.
노르웨이 입양한인 "엄마, 당신이 그립고 필요합니다" / 연합뉴스 (Yonhapnews)
토프트 씨는 지난해 모국을 처음 방문해 뿌리 찾기 과정에서 한국 이름이 '조혜정'(입양기관에서 지은 것으로 추정)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엄마와 닿을 수 있는 끈은 아직 붙잡지 못한 상태다.
"엄마가 어쩌면 새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엄마의 삶을 방해하고 싶지 않고, 상황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엄마를 한번은 보고 싶고, 누구를 닮았는지 알고도 싶어요. 그래서 엄마를 찾는 겁니다."
그는 편지에서 "유년 시절 정체성 혼란으로 성격이 불같았고, 공격적이었으며 가족을 힘들게 했다"며 "당시에는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것을 미워했고 그 어떤 것도 듣거나 보고 싶지 않았으며 닮은 사람을 보기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2009년 어느 날, 노르웨이의 한 TV에서 한국인 어머니가 입양 보낸 아들과 상봉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한 뒤 토프트 씨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 어머니의 사연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제 심금을 깊게 울렸습니다. 저는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게 됐습니다."
TV를 본 뒤 친엄마를 찾고 싶긴 했지만 그가 모국을 찾은 것은 35년만인 2018년이다. 절친과 함께 홀트아동복지회와 전주영아원을 방문해 자신의 흔적을 찾았고, 2개월 뒤에는 홀로 재방문해 11일 동안 엄마 찾기에 나섰으며 그해 겨울에도 '정체성 찾기 여행'을 했다.
"세 번의 방문을 통해 한민족과 모국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게 됐고요. 그 아름다움의 일부가 된 제 모습도 발견했죠. 그리고 지금,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는 입양한인 및 가족을 지원해주는 단체인 '325KAMRA'와 마포경찰서에서 유전자 검사를 했고, 전주의 지역 신문에 엄마 찾는 기사를 실었으며 유튜브(www.youtube.com/watch?v=xNYX5r3OzZA)에도 자신의 정보를 올려놨다.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는 그는 "엄마는 좋은 삶과 양부모를 얻게 해줬지만, 저는 여전히 엄마가 그립다"며 "정체성 일부를 찾았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나머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토프트 씨를 알거나 관련 정보가 있으면 중앙입양원(☎ 02-6943-2654∼6)으로 연락하면 된다.
gh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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