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 대신 시계…변천사 "이번에는 컬링 보조심판입니다"

입력 2019-07-09 13:02  

스케이트 대신 시계…변천사 "이번에는 컬링 보조심판입니다"
"인생 한 번뿐" 선수→평창올림픽 쇼트트랙 담당관→컬링 심판



(강릉=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변천사(32)가 또 변신했다. 이번에는 컬링 심판에 도전한다.
지난 6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만난 변천사는 2019-2020 한국컬링선수권대회 타임키퍼(시간계측원)로 일하고 있었다. 한여름에 패딩 패션으로 나타난 변천사는 "오래 앉아 있으면 추워요"라며 웃었다.
변천사는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우승을 이끌어 한국의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계주 4연패를 달성한 주역이다.
변천사는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아닌가요?"라며 "제가 잘하는 것만 하려는 게 아니라 한 번도 안 해본 새로운 것들도 경험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2011년 선수에서 은퇴한 변천사는 잠시 지도자 경험을 하다가 미국에서 영어를 공부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시 올림픽 현장으로 돌아왔다.
변천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합류, 쇼트트랙 종목 담당관으로 활약했다. 올림픽 기간에 쇼트트랙 경기가 차질 없이 열리도록 모든 것을 관리하는 역할이었다.
쇼트트랙 담당관 역할은 지난해 6월에야 마무리됐다. 막판에는 일이 너무 많아서 각 담당관이 종목을 가리지 않고 힘을 모아야 했다. 변천사는 빙상 종목 일을 두루 돕다가 처음으로 컬링장에 와보게 됐다.
변천사는 "다른 경기장은 올림픽 시설을 다 철거했는데, 컬링장만 거의 그대로 남아 있더라. 컬링 장비와 스톤도 다 남아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떠올렸다.
조직위 컬링 담당관의 권유로 아이스 위에서 컬링 스톤도 직접 던져봤다며 "정말 재밌었다"고 덧붙였다.


변천사는 여전히 올림픽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강릉컬링센터에서 계속 일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컬링선수권대회 심판 모집 공고가 나왔는데, 보조심판급인 타임키퍼는 컬링계 출신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변천사는 용기를 내서 지원했고, 합격했다.
타임키퍼에 대해 변천사는 "컬링 4인조 경기는 38분의 싱킹 타임(thinking time) 제한이 있다. 선수들이 작전을 구상하는 시간을 재다가 스톤을 던지면 계측을 멈춰야 한다. 계속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컬링 경험도 더 발전시키고 싶다. 지금은 정식 심판이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컬링강습회 같은 곳에 참가해서 더 배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변천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일하면서 '내 종목'만 중요한 게 아니라 '모든 종목'이 다 잘 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 시절에는 '내가 1등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다. 조직위에 있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경쟁에서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모두가 잘 돼야 성공한다는 것이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어디에서든 내가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변천사는 이 꿈을 키워 스포츠 행정가의 길을 걷고자 한다.
그는 "선수 생활이 끝나면 코치를 많이 한다. 저도 잠깐 가르치는 일을 했었는데 선수와 코치는 다르더라. 쉽지 않았다. 행정 업무에 흥미가 있어서 해봤는데 좋았다"며 은퇴 후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후배들도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변천사는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처럼 국제적인 스포츠 행정가로 우뚝 서는 것을 조심스럽게 희망한다.
그는 "유승민 위원과는 레벨 차이가 너무 많이 나고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당연히 하죠"라고 포부를 밝힌 그는 "우리나라에서 또 세계적인 대회가 열리면 평창올림픽 때처럼 일원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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