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규정과 예산지원 대상·방법·범위의 구체성이 생사 갈라
1심서 김진하 양양군수 '직위유지'·최문순 화천군수 '당선무효'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선심성 행정 논란 속에 같은 죄명(기부행위)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직위유지'와 '당선무효'로 결과가 엇갈린 김진하 양양군수와 최문순 화천군수의 법정 2라운드가 막이 올랐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두 지자체장의 정치 생명이 걸린 1심은 조례에 근거한 예산지원의 대상, 방법, 범위의 구체성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먼저 김 군수는 2017년 12월 양양군노인회 회원 186명에게 워크숍 경비 1천860만원을 지원한 '기부행위'와 지난해 3월 30일 양양읍 한 식당에서 업적을 홍보한 '사전 선거운동' 등 2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김 군수의 기부행위는 무죄로 판단했다. 근거는 양양군 노인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 제4조 제3항 '군수는 노인대학 및 노인교실, 노인문화·여가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단체 및 기관 등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재판부는 "예산을 지원받은 노인회는 해당 조례에서 정하는 충분한 법적 근거를 갖췄고 예산 편성도 행정 절차를 정상적으로 거쳤으며, 군의회에서도 문제 제기 없이 의결이 이뤄져 예산 편성의 투명성과 공정성도 충분히 확보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예산 편성 행위 자체가 지자체장의 기부행위가 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사전 선거운동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직유 유지가 가능한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015∼2016년 이·반장, 새마을지도자회 가족 한마음체육대회와 군부대 페스티벌 위문금(상품권)으로 총 1억2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한 최문순 화천군수의 행위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했다.
최 군수는 직무상 행위 중 하나로 열거된 법령 또는 조례에 의한 금품제공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새마을운동조직 육성법의 지원 근거는 추상적·일반적이어서 법령에 해당하지 않을뿐더러 대상·방법·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조례에 의한 금품제공 행위도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어 "설령 조례에 해당하더라도 체육대회 참가자 중 새마을지도자나 이·반장 등 조례에 규정된 대상자는 절반에도 못 미치고, 나머지는 그 가족 이어서 이 부분 예산지원은 기부행위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또 군부대 페스티벌 상품권 지급에 대해 재판부는 "관련 조례는 대상, 방법, 범위 중 그 어느 것도 상품권 지급 행위를 직접 뒷받침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편법으로 예산을 전용해 기부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선심 행정으로 운명이 엇갈린 이 재판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두 지자체장이 항소심에서 같은 변호인을 선임해 각각 조력을 받는다는 점이다.
김 군수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인을 선임했다.
1심에서 유죄와 함께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최 군수는 김 군수와 같은 법무법인을 변호인으로 선택했다.
두 지자체장은 항소심 재판부도 같다. 1심 재판부는 춘천지법과 속초지원으로 서로 달랐지만, 선거법 사건 항소심은 유일하게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서 심리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같은 죄명으로 법정에 섰다가 1심에서 운명이 엇갈린 두 지자체장은 선심 예산지원의 적법성을 놓고 같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같은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기묘한 처지가 됐다.
김진하 양양군수의 항소심 첫 재판은 오는 10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최 군수는 지난 3일 항소심 첫 공판에 이어 오는 24일에는 2차 공판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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