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시작일에도 탈레반 폭탄 테러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이 7∼8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평화협상에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9일 보도했다.
양측은 협상이 끝난 뒤 낸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아프간 국민의 존엄과 생명, 재산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의무를 다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민간인 인명 피해를 '제로'로 줄이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탈레반 측 대표단으로 참석한 카리 딘 무함마드 하니프도 알자지라에 "민간인이 해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합의했다"라며 "전쟁이 계속되지만 우리는 민간인이 1명이라도 살상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라고 말했다.
양측은 또 "학교, 종교 시설, 병원, 시장, 댐 등 공공시설의 안전도 보장하고 상호 신뢰를 쌓는 조처로 나이가 많거나 병에 걸린 포로를 석방하기로 약속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내전 종식 뒤 아프간은 이슬람 율법으로 통치하고, 이슬람의 가치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모든 종파·종족의 동등한 권리를 보장한다는 대원칙에도 의견을 모았다.
잘메이 칼릴자드 아프간 주재 미국 특사는 9일 "미군과 나토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할 수 있도록 9월 1일에 최종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라며 "도하에서 오늘 오후부터 미국과 탈레반의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아프간 내전의 직접 당사자끼리 모인 이번 평화회담은 카타르와 독일이 주선했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각계 대표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9일 낸 보도자료에서 "아프간 평화협상이 공동 성명까지 낼 만큼 성공적으로 끝났다"라며 "공동 성명은 아프간의 평화를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지만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주요 의제에 합의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평화협상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냈지만 협상 당일인 7일 아프간 중부 가즈니 주의 국가안보국 건물 근처에서 탈레반이 차량 폭탄 테러를 벌여 인근 학교에서 수업하던 학생 1명을 포함해 14명이 사망하고 180여명이 다쳤다.
5일에도 아프간 북부 파옙주의 시장에 박격포가 떨어져 민간인 최소 14명이 숨지고 39명이 부상했고, 가즈니 주 이슬람사원에도 폭탄이 터져 신도 2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
8일에는 미군으로 추정되는 공습에 아프간 북부 바글란 주에서 어린이 6명 등 모두 7명이 사망했다.
아프간에서 합법 정부를 수립했던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에 은신처를 제공하고 보호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침공을 받아 정권을 잃었다.
이후 아프간에는 친미 정권이 들어섰으나 탈레반은 끈질기게 명맥을 이어 현재는 아프간 영토의 절반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
미국은 18년째인 탈레반과 전쟁을 종식하고자 지난해 탈레반과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미군과 탈레반은 협상 도중에도 군사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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