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위증·변호사 소개' 논란…"사실이어도 처벌 힘들어"

입력 2019-07-09 17:52  

윤석열 '위증·변호사 소개' 논란…"사실이어도 처벌 힘들어"
고위공직 후보자가 청문회서 위증해도 처벌규정 없어
'변호사법 위반'은 공소시효 지나…도덕성은 '흠집'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위증·변호사법 위반 논란에 휩싸인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고발을 검토하기로 했으나,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해도 공소시효가 지났고, 현행법엔 고위공직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위증했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검찰 출신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 도덕적 비난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 고위공직 후보자 위증 처벌 규정 없어
지난 8일 열린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윤 후보자가 윤우진 전 세무서장 사건에 개입한 적이 있는지였다.
윤 후보자와 막역한 사이인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형인 윤 전 세무서장은 2012년 육류수입업자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현금 6천만원, 골프접대 4천만원 등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2015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했다.
윤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내내 단호하게 윤 전 세무서장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문회 막판에 자신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 이남석 변호사를 윤 전 세무서장에게 소개해줬다고 언급하는 언론 인터뷰 녹취 파일이 공개되면서 위증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윤대진 국장은 "변호사 소개는 내가 한 것이고 윤 후보자는 관여한 바 없다. 언론 인터뷰를 그렇게 한 것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해명에 나섰다.
검찰과 경찰이 상대 기관의 관계자를 겨냥한 수사로 갈등하던 국면에서 경찰 고위직을 저축은행 비리 의혹으로 구속 수사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윤 후보자가 언론 인터뷰 때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자가 변호사를 소개한 게 사실이라 해도 위증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증인·감정인이 거짓 진술을 하는 경우 위증죄로 처벌되지만, 인사청문회법상 공직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위증했다면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는 고위공직 후보자가 위증한 경우 고발·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여러 건 제출돼 있으나 아직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2016년 7월 대표 발의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공직 후보자가 위증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 변호사법 위반 적용된다 해도 공소시효 지나
만약 윤 후보자가 변호사를 소개했다면, 위법 소지를 따져볼 수 있다.
변호사법 37조는 "재판이나 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직무상 관련이 있는 법률사건 또는 법률 사무의 수임에 관하여 당사자 또는 그 밖의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인터뷰 녹취 파일이 공개된 이후 윤 후보자는 "그냥 사람을 소개한 것이고, 그 변호사(이남석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지는 않았다며 "(해당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지 않으면 그건 처벌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를 지낸 강신업 변호사는 "실제 선임이 되지 않았더라도 수사 업무를 하는 검사가 '특정 변호사를 만나봐라', '그쪽에 얘기를 해두겠다'고 한 것은 변호사법 37조의 소개·알선·유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그러나 37조를 적용하려면 직무상 관련성이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며 "자신이 취급하거나 취급했던 사건, 또는 자신의 지휘·감독을 받는 공무원이 취급했던 사건이라면 직무상 관련성이 있는데, 윤 후보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전 세무서장 사건 당시인 2012년 윤 후보자는 7월까지 대검찰청 중수1과장을 맡다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이동해 2013년 4월까지 일했다.
윤 전 세무서장 사건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수사했으며 경찰은 2013년 8월 기소 의견으로 윤 전 세무서장을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윤 후보자가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지 않았기에 변호사법 37조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직무 연관성이 없더라도 변호사법 36조는 "재판기관이나 수사기관의 소속 공무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기가 근무하는 기관에서 취급 중인 법률 사건이나 법률 사무의 수임에 관하여 당사자 또는 그 밖의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어기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본인이 근무하는 기관'에서 취급하는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를 소개하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이다.
윤 후보자 측은 윤 전 세무서장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지휘했고, 윤 후보자는 대검찰청 소속이었기에 변호사법 36조 역시 위반한 게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변호사법 위반을 적용할 수 있다 해도 37조의 경우 공소시효가 5년, 36조는 1년이라 이미 시효가 지나버렸다.
윤 후보자가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은 작지만 정치권에선 윤 후보자가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을 겪으며 도덕성에 흠집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후보자는 따로 입장문을 내 "윤우진 사건의 수사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변호사를 윤우진에게 소개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이번 기회를 성찰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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