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TO상품·무역이사회에서 日부당조치 공론화…한일 공방 가능성
외교부 양자경제국장, 11일 美당국자와 관련 협의…美 지지확보·중재여부 타진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지속하는 가운데 정부가 국제사회에 일본이 취한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세계무역기구(WTO)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미국에 당국자를 잇달아 파견해 중재를 요청할 계획으로, 한일 양국의 입장차가 워낙 커 양자 간 협의를 통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백지아 주 제네바 대표부 대사는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 이사회에서 회원국을 상대로 일본의 수출규제가 자유무역 원칙에 반한 부당한 조치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예정이다.
전날 백 대사가 상품·무역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기타 안건으로 긴급 상정한 데 따른 것이다. WTO 상품·무역이사회에는 통상 공사나 참사관급이 참석하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백 대사가 직접 발언에 나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 대사가 이 문제를 제기하면 일본 측 대표는 반박할 것으로 예상돼 한일 간에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WTO는 만장일치제여서 합의된 결과물이 나오기는 어렵지만,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 환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WTO 상품무역이사회는 상품과 관련한 이슈를 담당한다. WTO 제소를 앞두고 국제기구와 관련국에 조치의 부당성에 대한 여론 환기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3∼24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서도 일본 경제보복 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2∼3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일반이사회는 상품·무역이사회보다 높은 대사급이 참석하는 회의다.
정부는 일본의 보복 조치가 철회되지 않는 한 WTO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에서 지속해서 이 문제를 공론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미국의 지지를 얻고 중재를 요청하는 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의 보복 조치가 한일 갈등을 크게 악화시키면 미국이 강조하는 한미일 협력에도 적잖은 마이너스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눈치를 보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롤런드 드 마셀러스 미 국무부 국제금융개발담당 부차관보와 회동할 예정이다.
연말로 예상되는 한미 고위급경제협의회를 준비하기 위한 자리로, 한미 경제 이슈가 의제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한국 경제는 물론 미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희상 국장은 또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등과도 만나 양국 관심 현안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경제 이슈를 담당하는 양자경제국장이 주로 정무를 책임지는 동아태 부차관보를 만나는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일본의 보복 조치와 관련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희상 국장의 방미는 특히 이르면 다음 주로 예상되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 방문에 앞서 한미 간에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문제를 사전에 조율할 기회도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정리한 자료를 재외공관에 내려보내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외공관에서 주재국 인사들에게 설명할 때 부각할 내용을 담은 자료로, 일본의 조치로 인해 세계의 교역 질서가 어지럽혀져 그 피해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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