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초기 교회·물허벅을 진 여성 사진…"사료가치 높다"
여행기에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 담아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920년대 초반 제주도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미국인 선교사의 여행기와 사진 3점이 발견됐다.
발견된 자료는 미국 남장로교의 새뮤얼 켄드릭 닷슨(한국명 도대선)목사가 1922년 3월 제주도 모슬포에 와 일주일 동안 선교활동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정리한 여행기와 여행 과정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3점으로 한국 선교 상황을 알리는 잡지인 '코리아미션필드'(The Korea Mission Field) 1922년 9월호에 실렸던 것이다.
이 사진 자료와 여행기는 전기 작가이기도 한 임연철 미국 드루대(뉴저지주 메디슨시) 연구원이 드루대 감리교 문서보관소에서 찾아냈다. 임 연구원은 언론계와 학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다 2009년 국립중앙극장장을 맡기도 했으며, 현재는 미국에서 교회사 관련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닷슨 목사의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제주도 방문기 부제는 '퀄파트(Quelpart)'다. 퀄파트는 서구권에서 제주도를 지칭하는 말이다.
닷슨 목사가 모슬포를 향해 목포에서 출발한 때는 1922년 3월 16일 목요일 정오께로 추정된다. 여행기가 9월에 발간됐지만 기독교계의 사료에 따르면 1922년 3월 20일부터 일주일 간 제주에서 성경강독회가 열렸던 것이 그 추정의 근거다.
닷슨 목사는 여행기에서 목포에서 증기선을 타고 모슬포까지 오는 과정에서 겪은 고생담과 낮과 밤에 본 다도해 섬들의 아름다움을 전했다.
닷슨 목사는 또 모슬포 교회에서 한국 기독교의 첫 목사이자 항일 순교자인 이기풍 목사와 함께한 일주일 간의 성공적인 예배 사역과정, 제주 사람들의 생활상, 모슬포 인근의 산에 올라 한라산 이남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본 소감 등을 여행기에 담았다.
닷슨 목사는 여행기를 쓰면서 잡지 앞부분에 직접 촬영한 사진 3장을 실었다.
첫 사진은 예배를 위해 모인 모슬포 교회 신도 60여명이 초가집 예배당 앞에서 촬영한 기념사진이다. 초가집 예배당 모습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1920년대 초창기 교회 모습을 담고 있어 사료로서 가치가 높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용식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 민속자연사연구과장은 "닷슨 목사의 사진들은 민속자연사박물관이 수집해 만든 일제 강점기 사진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돼 있지 않아 상당히 가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모슬포교회 담임목사인 손재문 목사는 사진 속 해당 인물(왼쪽 첫번째 인물)에 대해 "귀와 얼굴 형태 등으로 미뤄볼 때 1921년 모슬포교회 3대 목사로 부임한 이경필 목사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닷슨 목사가 1922년 3월 20일부터 일주일 간 이기풍, 이경필 목사와 함께 아침과 저녁을 나눠 모슬포 교회에서 사역활동을 시작했다는 기록들이 여럿 있어 사진 속 인물들과 옛 교회의 위치 등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사진은 물허벅 등짐을 진 아낙들의 모습을 담았다. 제주도 향토문화를 연구하는 고광민씨는 이 사진에 대해 "물허벅 사진 속 여성들이 굴중이(여자들이 입는 홑바지) 위에 치마를 입고 있는데 섬 동쪽에 사는 여성들은 이렇게 치마를 입지 않은 반면에 서쪽에 사는 여성들은 반드시 치마를 걸쳤다"며 닷슨 목사가 모슬포에서 찍은 사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세 번째 사진은 신당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여러 연구자들에 따르면 모슬포가 있는 대정지역에만 20곳 이상의 신당이 있었다고 한다. 고광민씨는 "천이나 깃발 등을 신당에 거는 것은 신에게 무언가를 바친다는 의미"라며 신당에 천이 많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당시 무속신앙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는 방증으로 보고, "닷슨 목사가 이에 주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닷슨 목사는 188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나 1909년 오스틴신학교에서 신학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남장로교 해외 선교사로 1911년 한국에 와 광주, 화순, 순창, 장성 등 전남 일대와 제주에서 선교사역을 하고 1928년 한국을 떠났고, 1977년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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