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르 사령관 측 캠프서 발견…미 국무부 "프랑스가 사들인 미사일"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미국이 동맹국인 프랑스에 판매한 강력한 군사 무기들이 유엔의 제재를 받는 리비아 동부지역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 측에 넘어간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당 가격이 17만달러(2억90만원)에 달하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4발이 리비아 트리폴리 남쪽 산악지대인 가리안에 있는 하프타르 측 캠프에서 발견됐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의 지지를 받는 통합정부군(GNA)은 지난달 26일 트리폴리를 점령하려는 하프타르의 리비아국민군(LNA) 핵심기지가 있는 가리안을 성공적으로 기습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동맹국들에만 판매하는 재블린 미사일들이 발견됐다.
미 국무부는 최근 몇 주간 미사일에 적힌 일련번호 등 정보들을 확인해 미사일이 반군에 흘러든 과정을 살폈다.
미사일은 하프타르 사령관의 강력한 지지자로 알려진 프랑스에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에 따르면 프랑스는 2010년 미국에서 재블린 미사일 260기를 구매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들은 미 국무부가 지난 8일 상·하원 외교위원회에 이 미사일이 애초 프랑스에 판매된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재블린 미사일들을 하프타르 측에 넘겨줘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상·하원 외교위와 국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프랑스는 하프타르 연계 군벌이 장악한 동부 유전에 자산을 보유, 하프타르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이 서아프리카 등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강력한 동맹국인 프랑스와 리비아 정책을 두고 갈등을 겪을 수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현재 유엔은 통합정부를 리비아 내 유일의 합법 정부로 인정하며 지지하고 있다. 유엔은 하프타르 측에 대한 무기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프랑스군 관계자는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프랑스 국방부 고문은 가리안에서 발견된 재블린 미사일이 프랑스군 소유라고 확인했지만, 고장 나 쓸 수 없는 것들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미사일은 임시로 창고에 보관 중이며 군에 전달되지 않고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무기들이 정보 및 대테러 작전을 위해 리비아에 배치된 프랑스군을 보호하기 위해 2010년 미국에서 구매한 무기들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프랑스가 유엔 제재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으며 리비아 내 누군가에 의해 미사일이 하프타르 측에 전달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이 설명에는 많은 의문점이 남아 있다.
특히 리비아에 배치된 프랑스 특수부대는 전투가 집중된 트리폴리와는 거리가 먼 동부에 주로 주둔해왔다.
이 문제는 10일 상원 외교위원회가 클라크 쿠퍼 국무부 정치 군사 담당 차관보의 증언을 듣는 자리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재블린 미사일이 하프타르 캠프에서 발견된 것은 국제사회의 무기 후원이 리비아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현실화한 셈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리비아에선 지난 4월 하프타르 사령관이 자신을 따르는 부대들을 향해 트리폴리 진격을 지시한 뒤 통합정부군과 하프타르 측과의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후 무장세력의 난립으로 혼란에 빠졌다.
현재 서부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가 이끄는 통합정부와 동부를 통치하는 하프타르 세력으로 양분된 상태다.
국제사회는 리비아 통합정부를 인정하고 있지만,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이슬람 원리주의를 추종하는 무슬림형제단에 반대하면서 하프타르 사령관 측을 지지해왔다.
카타르와 터키는 등 친(親) 무슬림형제단 국가들은 무슬림형제단 측 인사가 주축인 리비아 통합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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