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치료 어려운 방광암, 로봇수술 이점 많다

입력 2019-07-11 07:00  

[명의에게 묻다] 치료 어려운 방광암, 로봇수술 이점 많다
로봇으로 방광 적출하면 출혈 거의 없고, 회복속도 빨라
비용 비싼 건 단점…로봇수술에 건강보험 적용 검토해야

(서울=연합뉴스) 오종진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길원 기자 = #. 김모(63)씨는 두 달 전쯤 핏빛이 비치는 듯한 붉은 소변을 처음 경험했다. 그는 한두 번 이러다 말겠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변을 볼 때마다 혈뇨가 나타나자 곧바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방광 안에 큰 혹이 발견돼 내시경을 이용한 방광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암의 뿌리가 깊은 '근침윤성 방광암'으로 악화한 터라 결국 세 차례의 항암치료 후 방광 전체를 절제해야 했다. 김씨는 수술 후 신속한 정상 생활 복귀를 원해 로봇 인공방광절제술을 받기로 결정했고,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김씨는 로봇수술 후 이틀째부터 수분을 섭취하기 시작해 3일째부터는 유동식을, 5일째에는 정상식이 섭취가 가능할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빨랐다. 그리고 수술 후 12일째에는 소변줄을 뽑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방광은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소변을 보는 소변주머니로, 방광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 바로 방광암이다. 방광암은 주로 60∼70대에서 발생이 잦은데, 보통 여성보다 남성 환자가 3∼4배가량 더 많다. 특히 흡연자의 방광암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광암의 가장 주된 증상은 소변이 빨갛게 보이는 혈뇨와 배뇨 시 느끼는 불편감 및 통증이다. 하지만 혈뇨의 정도가 방광암의 진행 정도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갑자기 없던 혈뇨가 생겼다면 방광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방광암은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극명하게 나뉜다. 과거 표재성, 침윤성 방광암으로 불리던 방광암은 조금 더 명확하게 방광의 근육층을 침범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를 기준으로 비(非)근침윤성 방광암과 근침윤성 방광암으로 구분된다.
비근침윤성 방광암은 방광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치료방침이 정해지고, 근침윤성 방광암은 방광을 모두 절제하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환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비근침윤성 방광암일 경우에는 내시경적 치료가, 근침윤성 방광암일 경우에는 방광적출술이 각각 치료의 근간이 된다.
전체 방광암의 70∼75%를 차지하는 비근침윤성 방광암은 일반적으로 방광내시경을 통해 종양을 긁어내는 치료가 이뤄진다. 경요도 방광종양절제술(방광경을 삽입해 암조직을 제거하는 시술)로 치료가 가능한 초기 방광암이라도 방광암은 재발률이 높은 탓에 한 번의 수술로 완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비교적 초기에 해당하는 표재성 방광암 1기의 경우도 치료 후 1∼2년 내 재발위험이 무려 70%에 육박한다.

따라서 재발을 막기 위해 수술 후 결핵예방백신(BCG)이나 항암제(MMC) 등 약제를 방광 속에 주입하는 면역요법을 병행한다. 그런데도 높은 재발률 탓에 10∼30%는 근침윤성 방광암으로 진행된다.
방광암이 근육층을 침범했다면 내시경적으로는 치료가 어렵다. 최근 들어 근침윤성 방광암 환자의 방광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치료 방법들이 소개되고는 있지만, 근침윤성 방광암은 수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됐다해도 5년 생존율이 50%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무서운 암이다. 따라서 방광암은 가능하면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근침윤성 방광암의 대표적인 치료가 방광적출술이다. 남성의 경우 방광과 전립선을 절제하고, 여성의 경우 방광은 물론 필요에 따라 자궁 및 질의 앞부분까지 모두 절제하는 큰 수술이다. 또한, 방광암이 가장 전이되기 쉬운 부위인 골반 림프절까지 광범위하게 절제한다.
이에 더해 방광적출술은 신장에서 내려오는 소변을 배출하기 위해 장을 이용한 소변배출구를 만들게 되는데, 원래의 요도로 소변을 볼 수 있게 만드는 인공방광술(신방광조형술)과 복벽(뱃속 앞쪽의 벽)의 요루(요로 샛길)를 통해 소변을 배출하게 되는 요루전환술(회장도관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인공방광술과 요루전환술에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인공방광으로 수술을 받게 되면 원래의 요도를 통해 소변을 볼 수 있고 복부에 요루를 차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신장기능이 좋지 않거나 요도 근처에 종양이 있는 환자는 인공방광술을 받을 수가 없다. 또 인공방광으로 배뇨를 하기까지에는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불편함이 있다.
반면, 회장도관 등을 통해 요루 시술을 받는 환자는 복벽에 요루를 차게 되면서 이로 인한 심리적 위축감 및 우울감, 소변주머니를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 등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그 외 소변을 보는 데 따르는 불편함은 없다. 요루를 차고 있더라도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샤워와 목욕도 가능하다.

방광적출술은 고난도 수술이어서 그만큼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다. 특히 회장의 일부를 잘라 소변주머니로 만들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소장 관련 합병증 및 감염 발생 위험이 높은 편이다.
수술 후 소장의 연동운동이 회복되지 않아 식이 섭취를 이른 시일 내 진행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장에 가스가 차면서 복부팽만으로 인해 상처 부위가 벌어지는 등의 과정이 발생하는 것도 큰 문제로 꼽힌다. 다행히 2014년부터 조기에 식이를 진행하고 장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ERAS'(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프로토콜을 방광적출술 환자들에게 시행하면서 이들 중 약 82%에서 장 기능 회복속도가 빨라지는 효과가 관찰됐다.
최근에는 로봇을 이용한 방광적출술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로봇수술은 방광을 절제하고 장을 통해 요루를 전환하는 방식은 기존과 동일하다. 하지만 로봇을 통해 정확한 시야를 확보한 상태에서 수술하기 때문에 출혈이 거의 없고, 장의 공기 중 노출 시간이 적어 소장의 부종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절개 부위가 작아서 통증이 크지 않고, 회복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하지만, 로봇수술은 아직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의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로봇 수술의 혜택이 많은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건강보험 적용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 오종진 교수는 2014년부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진료 분야는 방광질환 및 방광암이다. 오 교수는 최단기간에 로봇 방광적출술 100건을 돌파하는 등 국내 방광암 로봇수술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대한비뇨의과학회, 대한전립선학회, 대한비뇨기종양학회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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