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체조 아시안게임 金 권순성 씨의 딸…아버지는 딸에게 "큰 대회 치르면 성장한다"
"고교 3학년 때 부상 탓에 선수 생활 포기도 고민…더 성장해서 도쿄올림픽 갔으면"
(광주=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만성이 된 발목 통증으로 다이빙을 포기하려던 딸 권하림(20·광주시체육회)에게 아버지 권순성(54) 씨는 어떤 강요도 하지 않았다.
10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에서 만난 권하림은 고민이 가득했던 2년 전을 떠올리며 "당시 아버지께서 '네가 꾸준히 노력한 걸 잘 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잘 고려해서 판단하라'고 말씀하셨다. 내 인생을 내가 선택하게 하셨다"고 말했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한국 여자 다이빙 대표 선수 권하림의 아버지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남자 평행봉 금메달리스트 권순성 씨다.
권하림은 "서울체고 3학년 때 '다이빙 선수 생활을 그만하고 대학 입시를 준비할까'라고 고민했다. 발목 부상 때문이었다"라며 "고민 끝에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로 했고, 실업팀에 입단했다. 그 선택 덕에 세계선수권 출전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는 '자신이 먼저 걸어온 길'도 강요하지 않았다.
권하림은 "어릴 때 아버지가 생활 체조 정도만 가르쳐주셨다. 오히려 수영장에 더 자주 데리고 가셨다"라고 했다.
수영, 특히 다이빙을 택한 것도 권하림 자신이다.
권하림은 "아주 어릴 때는 경영도 해봤는데 다이빙이 더 좋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다이빙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다이빙 선수들은 두려움과 싸운다. 부상도 자주 당하는 종목이다.
권하림은 "지금도 입수 전에 두려움을 느낀다. 당연히 어릴 때는 더 무서웠다"면서도 "그래도 공중 동작을 마치고 물에 들어가는 순간이 참 좋다"라고 '다이빙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출전을 앞둔 딸을 보면서도 아버지 권순성 씨는 들뜬 마음을 꾹 누른다. 하지만 아버지의 차분한 한 마디는 딸에게 큰 힘이 된다.
권하림은 "아버지께서 '배운다는 자세로 경기를 치르라'고 하셨다. '큰 대회를 치르면 많이 성장해 있는 네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하며 "나도 이번 대회에서 순위에 욕심내지 않는다. 내가 준비한 걸, 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권하림은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3관왕에 오르며 '전국구 선수'가 됐다. 하지만 세계 무대는 아직 낯설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는 후보 선수로 나서서 훈련만 하고, 본 무대는 치르지 못했다.
권하림은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한 선수다. 내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없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하고 싶다.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당당하게 올림픽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마음이 크게 흔들렸던 고교 3학년 때, 직업 다이빙 선수의 길을 택하면서 권하림은 더 노력했고 그만큼 성장했다.
이제 생애 처음으로 나서는 메이저대회에서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칠 일만 남았다.
권하림은 13일 김지욱(무거고)과 함께 혼성 10m 플랫폼 싱크로나이즈드 결선에 나선다. 상황에 따라 12일 1m 스프링보드에도 출전한다.
묵묵히 권하림의 선택을 지켜보고 응원한 아버지 권순성 씨도 관중석에서 딸의 모습을 지켜볼 계획이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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