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마주친 차 따라가며 둔기 위협 40대…경찰 부실 대처 도마

입력 2019-07-10 20:53   수정 2019-07-11 16:31

한밤 마주친 차 따라가며 둔기 위협 40대…경찰 부실 대처 도마
만취·거짓말·증거 인멸 피의자, 피해자들보다 먼저 귀가 시켜
피해 여성·초등학생 극심한 공포 시달려…1명은 정신적 충격에 입원


(사천=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한밤에 마주친 차를 상대로 다짜고짜 둔기를 휘두른 4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됐다.
당시 차에 타고 있던 여성 3명과 초등학생은 극심한 공포에 시달렸지만 경찰이 해당 남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귀가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포의 비명'…여성·아이 탄 차 막고 둔기 휘둘러 / 연합뉴스 (Yonhapnews)
10일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8일 0시 10분께 사천 시내 한 주택가 왕복 2차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30∼40대 여성 3명과 초등학생은 모임을 마친 뒤 한 차를 타고 귀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도로 한복판에 서 있던 A(48·남)씨와 맞닥뜨렸고, A씨는 다짜고짜 차를 향해 다가왔다.
한 손에는 둔기를 든 채였다.
A씨는 후진하던 차를 향해 한 차례 둔기를 휘두른 데 이어 달아나는 차를 쫓아 100m가량 달리기까지 하며 재차 둔기로 위협했다.
차 안의 여성들은 비명을 지르며 계속 후진하다가 다른 차와 부딪힌 뒤 멈춰 섰다.
여성들은 그사이 112 신고를 하고 경적을 울리며 경찰을 기다렸고 극심한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A씨는 경적을 들은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오자 위협 행동을 중단하고 둔기를 버린 채 주변에 머물렀다.
술에 취해 있던 A씨는 신고를 받은 지 4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게 "둔기를 들고 있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경찰은 인근 파출소에서 피해자 차량에 있던 블랙박스를 확인해 A씨 진술이 거짓임을 확인했지만, 인적사항 등만 파악한 뒤 귀가시켰다.
A씨는 "들고 있던 둔기는 경찰이 오기 전 던져버렸다"며 "다툰 아내가 그 차에 있는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범행 당시 들고 있던 둔기는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일 난데없이 둔기로 위협당한 여성들은 피해자 조사를 채 마치기도 전 A씨가 귀가해버리자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경찰의 부실한 대처에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중 1명은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현재 입원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만취해 있던 A씨가 범행 이후 거짓말을 하고 증거 인멸까지 했음에도 당장 체포할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일단 A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보강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또 당시 경찰 조처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파악해 상응한 조치를 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임의 동행에 응해 파출소로 왔기 때문에 긴급체포에 결격 사유가 있다고 봤다"며 "A씨 아내가 당시 파출소로 와서 A씨가 향후 성실히 조사받도록 하겠다고 해 먼저 귀가시켰고, 피해자들은 사건 경위 진술을 위해 파출소에 더 오래 머물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법리적으로 하자 없는 판단을 했다고 해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사건 내용을 종합 검토해 A씨 신병 처리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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