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찾은 비건 美대북대표…CVID 주장해온 獨에 영향은

입력 2019-07-11 06:00  

베를린 찾은 비건 美대북대표…CVID 주장해온 獨에 영향은
비건, 獨외무부 고위관계자 회담…獨, 북미접촉에 신중한 입장 보여와
이도훈도 베를린 방문해 獨 비건과 회담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의 독일 수도 베를린 방문이 독일의 한반도 정책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3박 4일 일정으로 지난 8일 유럽행 항공편에 올랐다. 지난 8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방문한 데 이어 10일 베를린에서 일정을 소화했다.
사실상 이번 방문에서 개별 국가로는 독일만 방문하는 셈이다.
비건 대표는 이날 베를린에서 독일 외무부의 고위관계자와 회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진전 상황을 설명하고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일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내 대북제재위원회의 의장국을 맡은 만큼,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도 논의가 오갔는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날 비건 대표는 브뤼셀에서 나토 회원국을 상대로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에 대해 소개하는 등 한반도 상황에 대해 브리핑했다.
비건 대표의 이번 브뤼셀과 베를린 방문은 이달 중순께 재개될 전망인 북미실무협상을 앞두고 유럽의 동맹국들과 공조전선을 다지려는 의도가 포함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실무협상 장소가 스웨덴 등 유럽지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협상 장소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비건 대표의 베를린 방문이 주목받는 것은 독일이 유럽연합(EU)의 주요 축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최대 경제국으로서 EU 내에서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상당하다. 프랑스와 함께 '쌍두마차'로 EU를 이끌어가는 모양새지만, 사실상 지분은 가장 많다. 유럽 외교가에서는 EU 집행위원회의 향후 정책 방향을 전망하려면 독일의 움직임을 보면 된다는 말도 나온다.
차기 EU 집행위원장 후보로 선출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도 독일 출신이다.
독일은 그동안 북핵 문제와 관련해 유엔의 대북제재를 엄격히 적용해왔다.
북미 간 접촉에 대해서도 다소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듯한 분위기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독일 측의 불편한 시선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선 북미 간 접촉을 보는 시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은 북한에 대해서도 신뢰감을 보이지 않았다.
독일 정부 측은 지난 5월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뒤 같은 달 예정된 독일 의원들의 북한 방문에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은 결국 방북을 취소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북핵 문제에서 FFVD보다 강화된 개념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독일 정부는 북한이 CVID를 향한 구체적이고 충분한 조처를 하지 않는 한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非)정치·경제 분야에서도 독일 단체와 북한 측과의 교류는 상당히 제약이 따르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언론에서도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나타낼 때마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 국무부는 비건 대표의 유럽 방문 사실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유럽에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증진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반발 등을 고려한 듯 CVID 대신 FFVD를 써왔다.
비건의 유럽 방문 기간 미 국무부는 북핵 문제에 대해 '동결'을 입구로 하고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제거'를 출구로 하는 로드맵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비건 대표의 베를린 방문 기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베를린을 찾아 이날 독일 외무부 고위관계자와 회담을 한 데 이어 11일 비건 대표와 만난다.
이 본부장은 출국에 앞서 비건 대표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방안을 깊이 있게 협의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 외무부 고위관계자와의 회담에서도 이와 관련한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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