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수순 가시화하자 '딜레마' 분석…"국회의원은 檢에 슈퍼을"
총선 앞두고 패스트트랙 수사 감안한듯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자유한국당이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거취 문제를 놓고 톤을 조절하는 듯한 모습이다.
한국당은 지난 8일 인사청문회 이후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며 윤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윤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오는 15일까지 보내 달라고 국회에 요청하며 사실상 임명 수순에 접어들자, 한국당은 거센 반발 대신 공세 수위를 조심스럽게 낮추는 분위기가 읽히고 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후보자와 관련한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윤 후보자가 결국 검찰총장에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은 가운데 한국당이 대대적으로 검찰의 새 수장을 공격하는데 따른 부담을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관련 고소·고발로 현재 한국당 의원들이 대거 수사대상에 오른 상태에서 검찰과 날선 각을 세우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해석도 있다.
이번 수사 결과가 의원들의 내년 4월 총선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몸을 사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윤 후보자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준 의혹이 있다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윤 후보자를 고발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전까지 고발장을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 소속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자의 변호사 소개 의혹 관련 변호사법 위반 공소시효 7년이 이미 지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고발의 실효성을 판단하기 위해 고발장 접수를 미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한국당이 윤 후보자 임명 수순이 가시화하면서 '딜레마'적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의원은 "어차피 임명될 검찰총장을 어떤 국회의원들이 물어뜯겠나. 국회의원은 검찰총장에 '슈퍼 을'"이라며 "문 대통령이 임명 의지를 보인 가운데 야당으로서는 보고서 채택에 동의를 안 해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국무총리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총장 임명을 국회 본회의 표결 없이 할 수 있는 제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홍준표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엉뚱한 짓을 해 (윤 후보자의) 약을 잔뜩 올려놨다"며 "지금 임명되면 바로 (한국당 의원들은) 을(乙)이 돼 버린다"며 말한 바 있다.
다만 오는 15일로 예정된 윤 후보자 보고서 재송부 시한까지 한국당의 '자진 사퇴'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문위원인 주광덕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 출연해 "대한민국 최고 사정 기관의 총수가 될 사람이 인사청문회에서 거짓 답변으로 일관한 점은 도덕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있으며 고위공직자로서 부적격하다"며 "아마 미국 같은 사회에서는 벌써 자진 사퇴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의원은 이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의 진실이 하루빨리 규명돼 윤 후보자가 관여한 바 없는지 밝혀져야 한다"며 "여야 공방을 종결하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당 회의에서 "윤 후보자의 거짓말은 위증이며, 이런 논쟁을 보면 국민을 생각할 능력이 없는 바보 취급하는 것"이라며 "윤우진 전 세무서장의 해외 도피 결정이 혼자 이뤄진 것인지, 여기에 윤대진·윤석열이 개입돼 있다는 것을 숨기려다 보니 말이 자꾸 꼬인 것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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