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조사 오름 7곳 중 1곳서만 2개체 발견, 자생지 복원 시급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 오름 정상부나 능선에 붉은빛이 감도는 자태로 피어나 독특한 오름 경관을 연출해 내던 '피뿌리풀'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11일 제주 동부에 우뚝 솟은 한 오름에 뿌리가 붉은 피와 같은 색깔의 피뿌리풀 2개체가 강한 빛을 내며 피어있다.
피뿌리풀은 주로 몽골과 중국 북부, 러시아 초원에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고려 말 원나라가 1274년부터 100년간 제주 땅을 지배하면서 제주 동부 산간지역에 말을 방목해 생산하는 과정에서 피뿌리풀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말 방목 과정에서 말발굽에 짓밟혀 왔으나 740여년간 뿌리를 내려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왔다.
현재 피뿌리풀은 산림청 '극심멸종위기식물'이자 환경부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보호받고 있으나 자연 감소가 급격히 진행돼 자생지 복원연구가 필요하다.
실제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최근 2년간 제주도 오름에 자라는 피뿌리풀 자생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오름 7곳 중 단 1곳에서만 2개체가 발견됐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이들 2개체가 아름다운 꽃송이를 피웠으나 서로의 거리가 500m 이상 떨어져 있어 꽃가루 전파 등으로 인한 자연적인 종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병기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피뿌리풀의 인위적인 개체 수 증식을 위해 연구소 종자 저온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종자를 이용해 파종 연구와 조직 배양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740년 넘게 제주 땅을 지킨 피뿌리풀 보존과 제주 경관 복원을 위해 피뿌리풀 자생지 복원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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