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980년대부터 오래된 음반을 수집하고 연구해 '음반 문헌학'을 개척했다고 자부하는 배연형 박사가 '한국 유성기음반 문화사'를 출간했다.
동국대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한 저자는 '판소리 소리책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고음반연구회 창립에 참여하고, 논문집 '한국음반학' 간행 실무를 맡았다.
그는 두툼한 책에 서구에서 만들어진 유성기가 한국에 전래한 과정과 20세기 초반 음반시장 전개 양상, 유성기음반이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과 일제 검열, 유성기음반에 담긴 음악을 분석한 글을 실었다.
풍부한 시각자료와 꼼꼼하게 정리한 표를 수록했고, 유성기음반에 녹음된 37곡을 담은 CD 2장을 부록으로 만들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유성기음반을 대표적 근대 매체로 평가하고, 19세기 후반에 음반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공연예술 소비와 유통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성기음반은 음악의 대중적 소비를 촉발했고, 그로 인해 전통음악 모습이 바뀌었으며 낯선 외래음악이 이식됐다"며 근대 공연예술 실상을 정확히 알려면 유성기음반을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1910년대까지 생산된 음반은 대략 3분의 1 정도 보존된 것으로 추정되고, 1920년대 이후 음반은 대부분 어디엔가 잔존할 것"이라며 유성기음반 연구를 하려면 무엇보다 공개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개인이 아닌 국가나 사회가 음반 수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성사. 872쪽. 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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