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생활 지도 역량 발휘…학생 혼란 막으려 퇴임도 앞당겨
(신안=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금요일 오후 전남 신안군 도초도에서 목포로 향하는 쾌속선에는 수십명 학생들이 올라탄다.
관광객들은 두 번 놀란다고 한다.
학생들이 많아서 놀라고, 섬 학교 학생들이 주말을 맞아 목포에 있는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더 놀란다.
육지에서 역(逆)유학 오게 만드는 섬 학교, 도초고의 저력이다.
도초도는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일반 여객선으로 2시간 20분 걸리는 섬이다.
도초고는 학년당 3학급에 모두 205명이 재학해 섬 학교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도초고의 변화는 도초도와 비금도의 고교가 통합해 문을 연 2014년 3월 이창균(61) 교장이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서울 지역 대학 진학자가 1∼2명에 그쳤던 학교는 최근 몇 년 사이 수도권 대학, 지방 국립대, 교대 등에 50∼60명을 보냈다.
4년제 대학 진학률도 전남 91개 일반계고 중 2018학년도 10위, 2019학년도 18위를 기록했다.
이 교장은 "기숙형 학교다 보니 주중에는 온종일 학생과 교사들이 함께 한다"며 "흔한 학원도 없는 섬 여건을 고려하면 자율 동아리 등을 통해 공교육으로 학생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도, 교직원도 집에 돌아가지 않는 학교에는 불 꺼진 시간이 길지 않다.
학년당 8학급이었던 전임지에서도 전기세가 가장 많은 달에 1천500만원 정도였는데 이곳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이 교장은 전했다.
도초고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는 내 고향 알기 프로젝트다.
김환규 화백, 흑산도 자산어보, 홍어 장수 문승덕, 장산 들노래 등 지역의 역사, 인물, 환경을 체험하는 것으로 학생 생활기록부에 단골로 등장하는 활동이다.
이 교장은 섬 비평준화 고교로서 학생 모집의 어려움이나 학부모의 바람 등을 고려해 입시 지도에 힘을 쓰게 됐다.
그러나 학생들의 감성 개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 학교의 슬로건은 '100도 중요하지만 36.5가 더 중요합니다'이다.
성적보다는 감성, 인성, 적성에 부등호를 쳤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학생을 위해서는 위탁 교육으로 자격증 취득을 돕는다.
교대와 사대를 꿈꾸는 학생들은 섬 지역 어린 다문화 학생을 지도하면서 스스로 배우기도 하는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도초도와 비금도의 3개 초등학교, 1개 중학교, 1개 고등학교 교직원 180여명은 지난 3월부터 각 학교를 서로 방문해 교육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배구 대항전도 한다.
학부모들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얻게 된 이 교장은 학생들을 위해 큰 결심을 했다.
내년 8월인 정년보다 6개월 앞서 내년 2월 퇴임하기로 했다.
육지보다 교장 역할이 훨씬 큰 섬 학교에서 학년 중에 교장이 바뀌면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할 수 있어 내년 1학기에 맞춰 물러난다는 뜻이다.
6개월 조기 퇴임은 명예퇴직 대상도 되지 않아 이 교장은 그 기간 만큼 급여와 경력을 포기해야 한다.
이 교장은 "1983년부터 교원 생활을 하고, 교장만 17년째 했지만 지금도 교육을 정의하라면 설명할 자신이 없다"며 "돌아보면 교직 생활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는데 결국 답을 찾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고 웃었다.
이 교장은 천직으로 여긴 교직에서는 떠나지만, 교육에 도움이 있는 일이 있다면 작은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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