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천590원으로 정해졌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새벽 노사 양측이 각각 제시한 최종 수정안을 표결에 부쳐 사용자 안 15표, 근로자 안 11표, 기권 1표로 사용자 안을 채택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시간당 8천880원을 최종안으로 내놓았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0년 적용 인상률(2.8%) 이후 가장 낮고 근로자위원 안과도 격차가 커서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최임위가 의결한 최저임금안은 다음 달 5일까지 고용노동부 고시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결정된 것은 최근 어려운 경제 현실에 대한 공익위원들의 공감대가 작용했다. 이런 공감대는 공익위원 9명 가운데 6명이 사용자 안에 손을 들어 준 데서 잘 확인된다. 박준식 최임위원장이 브리핑에서 "경제 형편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경제사회의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속도나 방향 조절 같은 것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저임금은 사업주에게 그 이상의 임금을 주도록 강제해 기본 생계와 삶의 수준을 보장해주려는 일종의 사회안전망이다. 이런 좋은 취지에도 임금을 주는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는 비용 인상의 부담으로 다가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단순히 인상률이 높다거나 낮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경제 현실이나 소득분배 상황에 따라 결정돼야 하는 이유다. 의사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공익위원들은 이번 심의 과정에서 실물경기가 심각한 하강국면에 접어든 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 한국의 첨단산업을 겨냥한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사용자 측의 주장에 공감의 폭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
최근 2년간 30%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예상외로 컸다는 사회적 인식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고용 취약계층을 고용시장에서 밀어냈고 이것이 가계소득 양극화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만든 것은 여러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시장의 수용성을 넘어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순작용보다 부작용이 크다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2020년 달성 공약 이행이 어렵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노사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최저임금 결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11일 오후에 시작된 최임위 전원 회의가 12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마라톤 심의 끝에 13시간 만에 결국 표결로 처리했다. 이제 최저임금이 결정된 만큼 노동계를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은 실질임금의 감소를 의미하는 '참사'라며 총파업 등 전면 투쟁을 예고했다. 내년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415만명에 달한다니 노동계의 이런 반발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그동안 많이 올라 중위임금의 60% 수준에 가 있는 만큼 그리 낮은 수준은 아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양보하고 나아지면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부는 노동계를 설득하고 아우르는 노력을 하면서 정책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따져 대책을 세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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