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보전지역 제주 당산봉 경사면 깎여 훼손 논란

입력 2019-07-12 15:10  

절대보전지역 제주 당산봉 경사면 깎여 훼손 논란
제주시, "붕괴위험 정비공사 예외적, 관련 부서와 협의·검토해 진행"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올레 12코스에 인접해있고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제주시 당산봉 경사면이 정비사업 명목으로 파헤쳐져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장을 가보면 바다 경관이 내려다보이는 당산봉 서쪽 포구 방면 오름 경사면 대부분의 수풀이 제거되고 흙이 파헤쳐져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공사가 진행돼 90도 직각에 가까웠던 경사면이 깎여 상당량의 흙이 걷어내졌다.
주변에는 철근 500여개가 박힌 채 시멘트로 고정돼 흉물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고산 당산봉 경사면은 제주시가 지난 3월부터 '고산 3급 경사지 붕괴위험지역'으로 지정해 정비공사를 하고 있다.
시는 이 일대에서 낙석 위험이 있다는 민원을 받고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붕괴위험지역 D등급으로 지정 고시했다.

그러나 정비공사를 이유로 절대보전지역인 오름을 파헤친 양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도내 환경단체는 고산봉의 애초 지형과 경관이 사라지고 지질학적 가치도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2일 "90도에 이르는 경사면을 깎아 현재 기울기가 50도 전후의 경사면을 만들었다"면서 "약 1만4천㎡의 흙이 걷어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또 "제주시가 절대보전지역 관리부서와 협의해 정비사업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무리한 공사 발주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사업 실시설계보고서를 보면 당산봉 주변에 안전펜스와 안전망을 활용한 방안을 제시했고 주민들도 펜스 설치 등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제주시가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편의적이고 관행적으로 정비 사업을 진행해 오름 훼손 우려까지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제기된 우려 수준과 다르게 훼손된 면적이 넓지 않으며 절대보전지역에서도 자연재해위험 정비나 재해복구를 위해서는 정비사업을 예외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돼 있어 관련 부서의 협의와 검토 끝에 공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안전펜스나 안전망 설치만으로 충분하다고 전문가와 주민이 제시한 곳은 현재 정비공사가 이뤄지는 경사면과 다른 암석구역"이라고 말했다.
고산 3급 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은 지난 3월 시작해 다음 달 말 끝날 예정이다.
ko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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