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신속대응군 추진 佛, 9개국 군대 초청 14일 열병식…메이·메르켈도 참석
유럽안전보장회의·방위조약 체결도 논의…트럼프 시대 대서양동맹 약화 반영
마크롱, 자체제작 신형 핵추진 공격용 잠수함도 직접 공개…군사력 과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에 진행하는 대대적인 군사 퍼레이드를 유럽의 합동 방어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마크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이후 급변한 유럽의 안보 환경에서 미국을 파트너로서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는 인식에 따라 유럽 공동 신속대응군 창설을 추진해왔는데, 의견을 함께하는 정상들과 군대를 이번 열병식 자리에 한데 모았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벨기에 언론들에 따르면, 오는 14일 파리 최대 번화가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열리는 프랑스의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 샤를 미셸 차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현 벨기에 총리) 등이 참석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한다.
프랑스는 매년 대혁명 기념일에 진행하는 대규모 열병식에 이번에는 총 4천300명의 병력, 196대의 차량·전차, 69대의 항공기와 39대의 헬리콥터, 237마리의 말을 투입할 예정인데, 유럽 9개국의 병력도 함께 한다.
먼저 유럽의 핵심국가인 영국·독일·스페인이 공군 항공기들을 대거 파견한다.
14일 퍼레이드가 열리는 샹젤리제대로 상공에서 영국군의 시아누크 헬리콥터 편대, 독일군의 A400M 수송기, 스페인의 C130 수송기 등이 축하 비행에 나설 예정이라고 AFP통신이 전했다.
특히 1989년 프랑스와 독일이 함께 창설한 5천명 병력의 독·불여단(BFA)이 열병식에 참가하는 등 총 9개 유럽국가가 의장대와 군악대, 군 장비를 파리로 파견한다.
이 9개국은 프랑스의 '유럽 개입 이니셔티브'(European Intervention Initiative·약칭 E2I) 구상에 참여하는 나라들이다.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 집권 후 유럽 공동 신속대응군 창설을 추진해왔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관계없이 유럽 국가들의 군사력을 한데 묶어 안보 위기에 대처한다는 구상으로, 전쟁 지역에서의 탈출 작전 지원이나 대규모 재난 발생 시 군 병력의 신속한 투입을 골자로 한다.
마크롱은 2017년 9월 소르본대 연설에서 이런 구상을 제안했고, 독일·영국·스페인·벨기에·네덜란드·덴마크·포르투갈·핀란드·에스토니아의 9개국이 참여하겠다고 나섰다.
이 구상에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집권 뒤 대서양동맹(유럽과 미국의 군사동맹)에 균열이 오면서 유럽이 미국을 파트너로서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마크롱은 특히 2차대전 종전 후 마셜 플랜이라는 대규모 경제지원과 나토라는 다자 군사동맹을 통해 유럽의 전후 복구와 자유주의 질서를 구축한 미국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돌변해 서방의 오랜 동맹들을 무시하고 일방주의 전략을 펴는 데 대해 반발해왔다.
군사 퍼레이드가 끝나면 마크롱 대통령은 초대한 유럽의 정상들과 함께 만찬을 하며 자신이 주도하는 유럽 방어 구상을 논의할 예정이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유럽 안전보장회의 창설과 유럽 방위조약 체결의 필요성을 토론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르 주르날 뒤 디망슈' 등 프랑스 언론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와 관련, 이날 성명을 내고 "2차대전 종전 후 유럽이 지금 만큼 중요했던 적은 없다"면서 "70주년을 맞은 대서양 동맹(미국과 유럽의 동맹)과 연결된 유럽 방어체제의 건설은 프랑스의 우선 고려사항이며 이번 군사 퍼레이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에 보란 듯이 유럽의 방어 의지를 강조하기로 한 것은 2년 전의 풍경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마크롱은 대통령 취임 후 두 달이 지난 2017년 7월 14일 대혁명 기념일 열병식에 트럼프를 초청해 '스킨십'을 과시한 바 있다.
당시 1917년 미국이 프랑스의 동맹국으로 세계 제1차대전에 참전한 지 100년을 기념하는 성격도 겸해 진행된 샹젤리제의 군사 퍼레이드에 미군은 전투기 8대와 지상군 145명 등 200여 명을 파견했다.
한편 프랑스는 이날 자국의 신형 핵 추진 잠수함 '쉬프랑'(Suffren)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쉐부르 항구에서 열린 공개 행사는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으며, 동맹국들에서 700명의 참관단이 프랑스의 초청으로 참석했다.
프랑스가 자체 개발한 바라쿠다급 핵 추진 공격용 잠수함인 쉬프랑은 1980년대 취역한 공격용 잠수함들을 대체하며 내년 여름 프랑스 해군에 공식 인도된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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