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북미·後남북 대화' 기조 재확인…당분간 남북대화 어려울 듯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6월30일) 이후에도 여전히 남북관계가 냉랭한 가운데, 북한의 대남·대외 선전 매체들이 13일 '한미 공조'가 지속되는 한 남북이 따로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 주목된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소외론, 결코 공연한 우려가 아니다' 제목의 논평에서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이후 '한국소외론'이 대두하고 있다며 "우리로서는 미국의 승인 없이는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상대와 마주 앉아 공담하기보다는 남조선에 대한 실권을 행사하는 미국을 직접 대상하여 필요한 문제들을 논의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고 밝혔다.
북한 "한국이 굳이 끼어들 필요없어…미국과 직접 논의해야 생산적" / 연합뉴스 (Yonhapnews)
특히 "(판문점 회동에 따른) 조미(북미) 협상의 재개 분위기는 남조선에도 유익한 것으로 이는 환영하고 지지하며 기뻐할 일이지 불안해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며 "조미 두 나라가 마주 앉아 양국 사이의 현안 문제를 논의하는 마당에 남조선이 굳이 끼어들 필요는 없으며 또 여기에 끼어들었댔자 할 일도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소외론'은 북남관계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남조선 당국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라며 "남조선 당국이 조선반도 문제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제정신으로 사고하고 스스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자주적 입장을 지켜야 하며 좌고우면하지 말고 북남선언들의 이행에 과감히 적극적으로 나설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아리' 역시 이날 '소외는 스스로 청한 것이다' 제목의 글에서 "북남관계 개선에 기여하지 못하는 대화, 실천이 없는 협상은 의미가 없다"며 "열백번 마주 앉아 대화를 진행하고 아무리 좋은 선언을 발표해도 외세의 눈치나 보고 이러저러한 조건에 빙자하며 실천하지 않는 상대와 마주 앉아 봐야 무엇이 해결되겠는가"라고 썼다.
그러면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는 상대와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는 것"이며 "스스로 자처한 '한국소외'이니 거기서 벗어나는 것도 남조선 당국의 몫"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충고하건대 '중재자'요, '촉진자'요 하면서 허튼 데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북남관계 문제의 당사자로서 선언(남북정상 합의) 이행에 적극적으로 달라붙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로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남한 당국이 대북 제재 문제가 걸려있는 남북 교류·협력 합의 이행 등 과정에서 일일이 미국의 동의를 구해야하는 상황에서, 남북이 대화를 해봐야 얻을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남북대화를 해도 북미대화에서 돌파구가 마련되기 전에는 아무 것도 이행할 수 없는 만큼 당분간 북미대화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대외용 매체가 이런 주장을 폈다는 점에서 남측 당국이 미국을 설득해 남북공동 선언 이행을 주도하거나 독자적 실행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압박을 하려는 의도가 내포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측이 한미동맹 및 미국의 요구를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남북정상이 합의한 남북 협력을 외면한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달 27일에는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의 담화에서 "(북미대화는)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며 "제집의 일이나 똑바로 챙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원색적인 언어로 남측의 '중재' 역할을 깎아내렸다.
북한의 대남 비난은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지난 11일 남한 정부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계획을 비판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명의의 담화 발표를 기점으로 다시 수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남북 정상이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서로 웃으며 손을 맞잡긴 했지만, 남북 대화를 뒤로 미룬채 북미 대화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북한의 정책 기조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당장 남북관계의 복원은 여의치 않아 보이며, 남측의 '파격적 해법'이 없는 한 남북관계의 정상화는 북미 관계의 진전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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