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샤바브', 배후 자처…차량폭탄 테러 뒤 무장괴한 들이닥쳐
미국·영국·캐나다·케냐·탄자니아 등 외국인들도 숨져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김서영 기자 = 소말리아 남부 항구도시 키스마유 도심의 한 호텔에서 12일(현지시간) 저녁 무장 괴한들이 차량폭탄을 터뜨리고 호텔 내로 진입, 총격을 가해 수십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AP·AFP·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소말리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알샤바브는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다.
AFP통신은 소말리아 주바랜드 자치주 관리를 인용, 이번 호텔 습격사건으로 최소한 26명이 숨지고, 56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추가 수색작업이 진행되면 사망자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사람 중에는 여러 명의 현지 정치인과 소말리아계 캐나다 기자 호단 날라예(43), 현지 방송 기자 무함마드 오마르 사할(35) 등 언론인 2명을 비롯해 미국, 영국, 케냐, 탄자니아 국적의 외국인들도 포함됐다. 소말리아 출신의 유명 소셜미디어 활동가도 사망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열리는 소말리아 지방선거의 주바랜드 주지사 후보인 슈우리예도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마흐메드 모하메드 마도베 주바랜드 주지사는 회견에서 "사망자 가운데는 미국인 2명, 영국과 캐나다인 각 1명, 케냐·탄자니아인이 각 3명 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중국인 2명도 다쳤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날 폭발물이 설치된 차량이 주바랜드의 상업수도인 키스마유에 있는 아사세이 호텔로 돌진해 터진 뒤, 무장 괴한들이 호텔 안으로 들이닥쳤다. 이후 호텔 내 경비부대와 이들 간의 총격이 이어졌다.
AP는 무장 괴한들의 공격이 14시간 이상 이어졌다고 했고, 로이터는 보안군이 밤새 이어진 공격을 끝내는 데 11시간이 걸렸다고 경찰관 모하메드 아브디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테러범 진압 작전이 다음 날 오전 7시께 끝났다고 전했다.
무장 괴한 가운데는 소말리아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다고 보안요원인 모하메드 아브디웰리가 목격자를 인용해 AFP에 알렸다.
소말리아 보안 부대 관계자는 작전 종료 후 "무장 괴한 4명을 사살했으며, 보안군이 호텔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러조직 알샤바브의 아브디아시스 아부 무사브 군사작전 대변인은 자신들이 30명을 살해했으며 조직원 가운데 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이터는 마도베 주지사가 "4명이 호텔을 공격했다. 그중 1명은 자살 폭탄 차를 몰았고, 2명은 총에 맞아 숨졌으며 1명은 주바랜드 보안군에게 산 채로 체포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키스마유 주민인 오스만 누르는 폭발로 호텔과 근처 상업 시설들이 대부분 파괴됐으며 보안군이 도시 전체에 배치됐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인 무나 압디라만은 "호텔 건물 전체가 폐허가 됐다"고 전했다.
폭탄테러 당시 호텔 안에서는 내달 열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원로와 의원들이 모여 회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알샤바브는 테러 직후 "호텔 안에 여러 구의 시신들이 있으며, 우리가 현재 호텔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정부 성향의 알샤바브는 키스마유 항을 통한 불법 수출로 조직 운영 자금을 마련해왔으나, 2012년 이 지역에서 축출된 이후 중앙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테러를 자행해왔다.
하산 알리 카이레 소말리아 총리는 이번 테러 공격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소말리아 주재 유엔 특사인 제임스 스완도 트위터에 "이번 공격을 강력히 비난하며, 유엔은 키스마유 시민과 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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