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전 종적 감춘 교황청 직원 딸 오를란디와 관련 가능성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교황청 경내에 있는 무덤 2기를 발굴하다 주변에서 유골함 2기가 발견되면서 이 유골함이 36년 전 실종된 소녀와 관련됐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소녀 실종 사건이 이탈리아 역사상 최악의 미제 사건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알레산드로 지소티 교황청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발굴 현장 주변의 한 석조 맨홀 아래에서 유골함 2기를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교황청은 1983년 자취를 감춘 에마누엘라 오를란디(실종 당시 15세)의 가족, 무덤에 매장된 고인의 후손, 법의학 전문가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11일 바티칸시국 내부의 테우토니코 묘역의 무덤 2기를 열었다.
그러나 이들 무덤 안에서 유골이나 유골함을 찾지 못해, 이번 작업이 빈손으로 끝나는 듯했다.
이 묘소는 수 세기 동안 독일과 오스트리아 지역의 가톨릭 관계자나 귀족의 매장지였다.
오를란디의 가족은 작년 여름 오를란디가 이 묘소에 매장됐음을 암시하는 익명의 편지를 받은 뒤 교황청에 무덤을 열어봐 달라고 요청했고, 교황청이 이에 응하며 이번 분묘 발굴 작업이 이뤄졌다.
지소티 대변인은 11일부터 묘소와 인접한 구역을 중심으로 후속 수색 작업을 지속한 결과 무덤과 가까운 교황청립 테우토니코 대학 내부의 공간에서 2기의 유골함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이 일대는 즉시 접근이 차단됐고, 법의학 전문가들의 입회 아래 20일 정식으로 유골함이 개함될 것이라고 지소토 대변인은 덧붙였다.
이 구역에서 진행된 가장 최근의 공사는 오를란디가 실종되기 전인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진행된 것으로 보고됐다.
장기 실종자 오를란디는 교황청 직원의 딸로 교황청 시민권자로서 바티칸 시국에서 살았다. 그는 1983년 로마 시내 한복판에서 음악 레슨을 받은 직후 사라져 갖가지 의혹을 낳았다.
살아있으면 현재 51세가 된 그가 1981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암살을 시도했다가 투옥된 터키 출신 용의자의 석방을 끌어내기 위한 세력에 의해 납치됐거나, 교황청 내부의 성범죄자에 의해 희생됐다는 추정만 나돌았다.
그의 실종이 교황청과 마피아 사이의 검은 거래와 연관됐다는 각종 미확인 소문도 난무했다.
작년 10월에는 로마 시내 중심가에 있는 주이탈리아 교황청 대사관 건물을 개보수하다 여성으로 추정되는 인골이 발견돼 이 뼈가 실종된 오를란디일 수도 있다는 추정을 현지 언론이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DNA 분석 결과 해당 인골은 오를란디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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