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 허리케인→열대성 폭풍…'카트리나 악몽' 뉴올리언스 비껴갈 듯
루이지애나·미시시피 등 수백만명 폭우 영향권…멕시코만 정유시설도 타격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멕시코만(灣)에서 발달한 올해 첫 허리케인급 폭풍 '배리'가 13일(현지시간)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에 상륙했다.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열대성 폭풍 배리는 오전 11시 기준 최대풍속 시속 75마일(120㎞)을 기록하면서 1등급 허리케인급으로 발달했다가, 해안에 상륙하면서는 다시 열대성 폭풍으로 위력이 줄었다.
이날 밤 현재 배리는 시간당 60마일(97㎞)의 최대 풍속을 유지하면서 루이지애나주 파리엣 북서쪽 89㎞ 지점을 지나고 있다. 14일에는 열대성 저기압으로 한단계 더 위력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배리가 상륙한 지역은 멕시코만 해안지역 인트라코스탈 시티로, 루이지애나 최대도시 뉴올리언스에서는 서쪽으로 165마일(265km) 떨어진 곳이다.
배리는 시간당 6마일의 느린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고 허리케인센터는 전했다.
예상 경로를 감안하면 뉴올리언스를 강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기상국(NWS)도 뉴올리언스가 배리가 동반한 강한 폭우를 피할 것으로 예보했다.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도시 전역의 80%가 침수하면서 주민 1천500여 명이 숨졌던 뉴올리언스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20∼25피트(6~7.5m)의 제방 시스템을 갖춘 상태다.
뉴올리언스를 관통하는 미시시피강 수위는 다음 주 초에는 17.1피트(5.2m)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폭풍의 위력은 약화했지만, 상당량의 '물폭탄'이 예상되면서 긴장감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허리케인센터는 "열대성 폭풍으로 약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엄청난 강우와 강풍을 동반하고 있다"면서 "멕시코만 해안지대에 폭넓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이지애나 중서부 지역부터 미시시피, 앨라배마, 아칸소, 미주리까지 중남부 일대가 폭우의 영향권에 들면서 수백만 명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말 루이지애나 일대에만 10∼20인치(250∼500mm)의 폭우가 예보됐다. 일부 지역에는 강우량이 25인치(630mm)를 웃돌 수 있다.
존 벨 에드워드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모두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에는 주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뉴올리언스의 공항은 폐쇄됐다.
멕시코만과 접한 해안지역은 폭풍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루이지애나 일부 지역에선 폭우로 강 수위가 제방 높이를 넘어섰고, 해안지역 도로 곳곳이 침수됐다.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 앨라배마 등에선 정전이 발생해 13만여명이 불편을 겪었다.
해안경비대가 침수지역에 있던 주민 10여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마을이 완전히 물에 잠기는 바람에 집 지붕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렸다.
재난 당국은 멕시코만 저지대 주민 1만여명에게 대피하라고 요청했다.
멕시코만 유전지대도 타격을 입고 있다.
미 당국은 배리로 인해 130만 배럴의 원유생산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멕시코만 하루 원유생산량의 약 70%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멕시코만의 천연가스 생산량도 전체의 56%에 해당하는 하루 15억 큐빅피트 감소할 것으로 당국은 추정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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