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자협회-KIST 세미나 개최…"아토피·건선 치료제 개발도 진행"
(강릉=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스마트유(U)팜 건물 문을 열자 환한 빛을 쏟아 내는 실험실 세 곳이 보였다. 20평 남짓한 실험실 안에는 은색 선반들이 놓여 있고, 선반 각 층에는 다양한 종의 식물이 빼곡히 자라고 있었다.
지난 12일 KIST는 한국과학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세미나에서 천연물연구소의 스마트팜 시설들을 소개했다. 스마트팜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식물 공장'으로도 불린다.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빛과 양분의 양, 온도와 습도를 제어할 수 있고 모든 생육 환경을 센서로 실시간 수집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이 '똑똑한 농장'은 카메라로 식물 잎을 촬영하고, 이를 분석해 수확량을 예상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연구소에는 스마트유팜보다 면적이 넓은 스마트 티(T)팜도 마련돼 있다. 티팜에서는 수경과 토경 두 가지 방법으로 재배법을 실증할 수 있다.
스마트팜에서는 식물의 특정 성분 양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녹즙이나 쌈으로 먹는 케일의 항암성분 '이소티오시아네이트'(isothiocyanate)의 양을 2배 이상 늘리는 재배기술을 개발해 작년 3월 학계에 보고한 것이 대표 사례다. 연구진은 셀레나이트(Selenite)와 소금을 섞은 배양액을 주면 일반 배양액을 줄 때보다 케일 속 항암 성분 양을 평균 2.4배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천연물 산업계의 원료수급을 안정화하는 데도 연구소가 기여하고 있다. 양중석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장은 "식물은 재배 환경에 따라 성분량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런 특정 성분을 이용하는 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원료 양을 유지하고 일정한 품질을 확보하는 재배법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화장품기업과 손을 잡고 원료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화장품 주원료인 빨간 인삼 열매의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는 방법을 스마트팜에서 찾아낸 것이다.
천연물연구소는 산업에서 쓸 수 있는 천연물 성분을 찾는 연구도 하고 있다. 식물은 성장을 돕거나 해충을 쫓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스스로 합성하는데, 이런 물질 중에는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진통제인 아스피린과 항암제 택솔은 각각 버드나무와 주목에서 나왔고 항말라리아제 아르테미신은 개똥쑥에서 얻은 것이다.
나고야 의정서 발효 뒤 해외 천연물을 연구에 이용하기 어려워지며, 인삼이나 옻 등 한반도 자생 식물 연구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반도에서 자라는 식물은 4천여 종으로 추정된다.
김수남 박사팀은 식물에서 아토피피부염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성분을 찾고 있다. 아토피피부염 치료에는 스테로이드제 등을 이용하고 있지만 약효가 일시적인 데다 부작용이 있어 대체재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박사는 이날 "한반도 자생종인 수염가래꽃에서 (피부염 유발) 면역반응은 낮추면서도 피부장벽은 튼튼하게 하는 '이중케어' 성분을 발견했다"며 "쥐에서는 효과를 확인한 상태이고 현재까지 독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권학철 박사팀은 자외선이나 LED(발광다이오드) 빛을 받으면 반응해, 의료나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식물 및 미생물 유래 성분을 찾고 있다. 현재 건선 광치료에 쓰는 솔라렌(psoralens)을 대체할 후보 물질을 발견했으며 특정 파장의 빛을 받으면 살균 효과를 보이는 소재도 찾아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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