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자들이 쓴 신간 '한반도의 신지정학'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한반도를 지정학(地政學) 관점으로 분석할 때 현실 정치에서 일어나는 사건 하나하나에 성급하게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리학자인 이승욱 카이스트 교수, 지상현 경희대 교수, 박배균 서울대 교수는 신간 '한반도의 신지정학'에 실은 글에서 2017년 이후 남북 관계가 우려, 기대, 좌절을 잇달아 경험했다면서 섣부른 지정학 예측을 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세 사람은 "오랜 기간 공간적, 제도적으로 고착화한 분단과 냉전의 지정학은 다양한 공간적 스케일에 걸쳐 냉전적 대립과 갈등의 정치를 구조화했다"며 "이러한 구조가 몇 차례 정상회담과 정치적 이벤트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한반도의 새로운 연결과 통일을 지향하는 다양한 공간적 상상과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한반도 지정학에서는 냉전 질서의 단단한 '구조'와 새로운 초경계적 실천에 의해 야기되는 '균열' 사이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을 세밀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을 국가라는 틀로만 바라보지 말고, 접경도시와 개성공단, 비무장지대(DMZ) 전망대, 탈북 이주민 같은 다양한 주제로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국가의 주권질서가 국경 안에서 균질하게 적용된다는 근대주의적 영토관을 버리고 다양한 행위자들의 행동이 영토와 경계 작동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포스트 영토주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접경 지역 중요성에 주목한 세 사람은 "분단구조의 모순과 질곡을 수동적으로 반영하는 공간에서 새로운 관계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전환할 잠재력을 보여줬다"며 "다만 접경 지역이 자본의 욕망에 포획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울. 408쪽. 3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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