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 '대만 무기 판매' 결정에 "美 기업 제재" 맞불
中매체들 "중미 관계 이성적 판단 필요…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해야"
"대만에 전차·미사일 등 판매한 GD·레이시온 등 제재 가능성"
(베이징·홍콩=연합뉴스) 김진방 안승섭 특파원 = 미중 정상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교착상태에 빠졌던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면서 회복 국면에 들어섰던 미중 관계가 대만을 둘러싸고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대만에 22억 달러(약 2조6천억원) 이상의 무기 판매 계획을 추진하고, 이에 맞춰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미국을 경유하는 등 대만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공세에 맞서 대만 무기 판매에 참여하는 미국 기업을 제재하고, 대만 상륙을 가정한 민군 합동 수송 훈련을 전개하는 등 전에 없던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며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미중 관계에 대만 카드가 새로운 갈등 요소로 부상하면서 미중 무역협상 일정도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중 협상 대표단의 대면 협상 일정이 지난주에 잡힐 것이라고 밝혔지만, 양측 협상 대표들의 전화 통화 이후에도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 주요 매체들은 미국이 대만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내정 간섭 행위라며 연일 비판 논평을 쏟아 내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4일 사평(社評)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를 비판하면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구시보는 차이 총통이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홍콩 시위 문제를 거론한 것을 비판하면서 "차이잉원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심으려 한다"며 "대만인들의 일국양제에 대한 이미지를 손상하고, 반발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이어 "대만과 홍콩은 완전히 같다"면서 "차이잉원이 이 문제에 대해 거론한 것은 대만이 중국에 통일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환구시보와 공동 사설을 통해 미중 관계에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매체들은 "중미 간 문제는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난다"면서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이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이 이성적으로 중미 관계를 이끌어 간다면 수많은 이견을 결국에는 극복할 수 있다"면서 "양국이 심도 있는 전략적인 대화를 통해서 서로 의심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중미 무역전쟁을 비롯해 각종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성이 양국관계를 주도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G20 정상회의에서 이룬 공동인식은 중미외교를 붙잡아 주는 '이성의 닻'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중 양국이 G20 정상회의에서 무역 협상 재개에 합의하긴 했지만, 미국의 화웨이(華爲) 제재 해제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등 협상 재개를 위한 전제 조건 이행에서는 시각차를 보인다"면서 "대만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은 무역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힘겨루기로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홍콩 언론은 최근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미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무부가 승인한 M1A2 에이브럼스 전차 108대와 스팅어 휴대용 방공 미사일 250기 등의 대만 판매 계획에서 미사일 부문 주계약자는 레이시온, 탱크 부문 주계약자는 제너럴 다이내믹스(GD)이다.
이들 기업과 함께 최근 제너럴 다이내믹스와 합병 계획을 발표한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UTC) 그룹, UTC 그룹이 거느린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 및 엘리베이터 제조업체 오티스 등이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국 상무부가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한 외국 기업 블랙리스트인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에 이들 기업이 올라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미국 정부가 대만에 18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을 때도 미국 기업들을 제재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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