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2.9% 소폭 인상에 입장 표명…"매우 안타깝다"
"경제환경·고용상황 등 고려한 최저임금위의 고심에 찬 결정"
김상조 "누구의 소득은 누군가의 비용…최저임금, 소상공인 등에 부담"
"갈등관리 모범사례…'최저임금의 정쟁화' 안 된다는 국민공감대 반영"
"최저임금위 결정, 소득주도성장 포기 뜻 아냐…정부지원책 촘촘히 마련"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천590원으로 결정된 것과 관련해 "대통령으로서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한 지난 12일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취임)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 경제환경·고용상황·시장수용성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위가 고심에 찬 결정 내렸다"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책실장이 진솔하게 설명해 드리고 경제부총리와 상의해 보완대책을 차질없이 꼼꼼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대선 공약이었던 취임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이번 최저임금위 결정으로 물 건너감에 따라 국민에게 사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실장은 브리핑에서 대통령 언급을 소개한 뒤 "대통령 비서로서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경제는 순환이다. 누군가의 소득은 다른 누군가의 비용"이라며 "소득·비용이 균형을 이룰 때 국민경제 전체가 선순환하지만, 어느 일방에 과도한 부담이 되면 악순환의 함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은 표준 고용계약 틀 안에 있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상시 근로자 비중이 느는 등 고용구조 개선을 확인했고 이런 성과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임금노동자와 다를 바 없는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 등 표준 고용계약 틀 밖에 있는 분들에게 부담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일자리안정자금, 두루누리 사업, 건보료 지원 등을 통해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 충격 최소화에 노력했으나 구석구석 다 살피기에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특히 "더구나 최저임금 정책이 을과 을의 전쟁으로 사회갈등의 요인이 되고 정쟁의 빌미가 된 것은 가슴 아프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김 실장은 "이번 결정은 갈등관리의 모범적 사례가 아닌가 한다"며 "전문가 토론회 민의 수렴과정 등을 거쳤고 그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며 "예년과 달리 마지막 표결 절차가 공익위원뿐 아니라 사용자 위원 근로자 위원 전원이 참석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진 것은 최저임금 문제가 더는 갈등과 정쟁의 요소가 돼선 안 된다는 국민 모두의 공감대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위원장과 많은 어려움에도 자리를 지킨 근로자 대표 위원들, 한국노총·민주노총 위원장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사노위 중심으로 노사관계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은 정부의 변함없는 원칙"이라며 "정부와 노조 간 신뢰를 다지는 장기적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번 결정이 노정관계의 신뢰를 다지는 과정에 장애가 안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최근 어려운 대외환경 속에 소재·장비·부품 경쟁력을 높일 뿐 아니라 모든 주체에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환경을 만드는 데 노사정이 의지와 지혜를 나누길 바란다"며 "차제에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다만 김 실장은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나 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런 오해는 소득주도성장이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좁게 해석하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인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경계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은 현금 소득을 올리고 생활 비용을 낮추고 사회안전망을 넓히는 다양한 정책의 종합 패키지로, 성과가 확인된 부분을 강화하고 시장의 기대를 넘는 부분은 조정·보완하는 게 정책의 기본"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이번 결정은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이 시장 기대를 넘는 부분이 있다는 국민 공감대를 반영한 것이며, 최저임금뿐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넓힘으로써 포용국가를 지향하는 국민명령을 반영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이런 명령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정책 패키지를 세밀하게 다듬고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소득주도성장이 혁신성장·공정경제와 선순환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이를 위해 경제부총리와 협의해 정부 지원책을 촘촘하게 마련하고 내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에도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낮은 인상률의 내년도 최저임금안이 최저임금위에서 의결된 것은 정부 요청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시각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정부가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도 의지도 없었다"며 "공익위원들도 시장 수용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를 감안한 결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이 재정 당국에서 조만간 확정할 것이며, 청와대와 협의하는 과정도 있었다"며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이 지난 2년과 차이가 나기에 (최저임금 인상 보완책이었던) 일자리안정자금, 두루누리 사업, 건보료 지급 사업 등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같은 기조로 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로장려세제(EITC), 한국형 실업부조제, 건보 보장성 강화 등 최저임금과 관련이 안 돼도 포용국가를 위해 생활비를 낮추는 방안이 상당 부분 세법 개정안에 담길 것"이라며 "현실 적합도를 높이는 쪽으로 다듬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으로 노정관계가 악화할 것이란 전망엔 "노정관계 신뢰가 최근 많이 흔들린 면이 있다"며 "이번 결정에 대한 노조 반발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모두의 공감대나 한국경제 발전을 위해 수용한 측면이 있으니 신뢰를 다지는 노력에 걸림돌이 안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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