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은 김연철 통일장관…남북관계는 여전 '안갯속'

입력 2019-07-15 09:49  

취임 100일 맞은 김연철 통일장관…남북관계는 여전 '안갯속'
적극적 정책구상 꺼내 들며 타개 의지…北, 싸늘한 대남태도 계속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월 8일 취임식에서 '어깨는 무겁고 길은 멀다'는 뜻의 사자성어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언급했다.
오는 16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김 장관을 둘러싼 남북관계 환경은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전후해 침체 국면에 들어간 남북관계는 '판문점 회동'으로 북미가 교착상태에서 벗어난 현재까지도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 소강상태에서 통일부를 이끌게 된 김 장관은 과거보다 비교적 적극적인 정책 수단들을 내놓으면서 교착 국면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임 조명균 장관이 대북제재 틀에 무게를 실으면서 남북관계를 추진한다는 기조가 강했다면, 김 장관은 이전에 실현되지 못하던 각종 정책을 실행에 옮기며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자산점검 방북을 2016년 공단 폐쇄 이후 처음으로 승인하고, 2년 가까이 미뤄온 세계식량계획(WFP)·유니세프의 대북 인도지원 사업 공여도 마쳤다.
또 WFP를 통해 국내산 쌀 5만t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실무적 준비를 하고 있다. 2010년 이후 9년 만의 대북 쌀 지원이다.
장관 후보자 당시 통일부 운영에 대해 "좀 더 창의적인 방식의 업무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던 김 장관은 현재도 '창의적' 해법·방안의 필요성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좁아진 남북관계의 운신 공간은 좀처럼 다시 열리지 않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남북 간에는 한 번도 정식 회담이 열리지 않았다. 김 장관도 취임 후 아직 북측 상대와의 회담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미국과 협상 재개에 합의했지만, 남한 정부를 향해서는 싸늘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북한은 대미공조에서 벗어나 남북관계에 자율적으로 임할 것을 남측에 압박하는 동시에, 남한의 군사력 증강 문제나 한미연합훈련 등 안보 사안을 남북관계와 연계하면서 교류·협력은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명의의 담화에서 남한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계획을 거론하며 "그러면서도 북남 사이의 화해와 협력을 떠들어대고 있는 것을 보면 뻔뻔스럽기도 하고 가련하기도 하다"고 비난했다.
이런 태도는 북한의 대외정책 주도권이 노동당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넘어가는 상황과 맞물려 남북관계의 독자성을 더욱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 정상의 평양 공동선언을 "비핵화 등 여건 조성 이전에도 추진할 수 있는 사업부터 속도감 있게 진전시키겠다"는 김 장관의 후보자 시절 구상도 어려움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런 정세 국면을 고려해 북미협상 진전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며 남북관계의 모멘텀 회복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복원될 때를 대비해 여러 구상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남북회담 체계 내에서 정상선언의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런 차원에서 상황 진전에 따라 남북 고위급회담 등의 개최를 통해 남북관계 동력 복원을 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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