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군사갈등, 무역보복으로 확전 가능성…한일 갈등과 '닮은꼴'
中 전문가 "중국, 첨단 무기 제작에 사용되는 희토류 공급 장악"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국이 대만에 22억 달러(약 2조6천억원) 이상의 무기 판매 계획을 추진하자 중국에서 미국의 관련 군수업체에 대한 부품 공급 중단 등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일본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 보상판결 등 외교 문제를 무역 보복으로 연계해 한국에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한 것과 유사하게 미·중 군사 갈등도 무역 보복전으로 확산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관변 업계와 학자들을 동원해 중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 기업들의 부품 공급선을 차단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국 국방부 자료를 인용해 스팅어 미사일을 판매하는 레이시온, 에이브럼스 탱크 제조사인 제너럴 다이내믹스와 탱크 장비 제공사인 BAE 등이 이번 대만 무기 판매와 연루된 것으로 지목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측에서 이들 미국 군수업체가 중국에 방위산업 장비를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이 제재하더라도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쉬광위(徐光裕) 중국 군비관리·군축협회 이사는 "이들 미국 군수업체는 중국과 무기 거래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최종 생산품만 봤을 때"라면서 "이들 업체의 최종 생산품은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업 체인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쉬광위 이사는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이들 미국 군수업체와 관련된 산업 체인을 동결하거나 특정 자재 공급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첨단 무기 제작에 사용되는 희토류 생산과 공급을 장악하고 있다면서 미국 군수업체들이 대만에 무기 판매를 강행할 경우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경고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에 대만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관심사"라면서 "일본이 외교적 갈등으로 가지고 한국에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한 것처럼 중국도 미국과 대만 문제로 미국 군수업체에 부품 공급을 중단하는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제너럴 다이내믹스를 지목해 중국 부호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사업용 제트기 '걸프스트림'의 제작사라면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로 중국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중국의 업계 관계자들은 거의 모든 사업용 제트기가 주택담보대출 방식으로 팔리기 때문에 중국 은행과 금융기관에 걸프스트림 판매 관련 대출을 중단하도록 하면 제너럴 다이내믹스에 큰 압력을 넣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미 중국 정부는 대만 무기 판매에 참여하는 미국 기업을 제재할 방침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해 중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에 참여하는 미국 기업에 대해 제재를 시행할 것"이라면서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파는 것은 국제법과 하나의 중국 원칙 등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 8일 대만에 에이브럼스 탱크와 스팅어 미사일 등 22억 달러 이상의 무기를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중국과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을 진행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여러 방면에서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중국을 견제해왔다.
지난 11일에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카리브해 4개국 순방길에 미국 뉴욕을 경유해 중국을 자극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대만 동포에 고하는 글 발표 40주년 기념회' 연설을 통해 미국을 겨냥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문제에 외부세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강력 대응을 천명한 바 있다.
president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