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불의의 사고로 6개월 넘게 뇌사상태에 빠졌던 어린이가 4명의 다른 어린이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15일 유족에 따르면 고(故) 김하늘(4) 양은 지난해 12월 28일 엄마·아빠, 한살 아래 여동생과 함께 경기도 가평의 한 펜션으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펜션 내 수영장에 빠져 의식을 잃었다.
김 양은 급히 강원도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깨어나지 못했다.
가족들은 거주지인 수원시 한 병원으로 옮겨 김 양을 치료하려 했으나, 뇌사판정을 받은 김 양을 선뜻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2주 가까이 발만 동동 굴렀다.
김 양의 안타까운 소식을 알게 된 수원시가 나서서 올해 1월 12일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오게 된 김 양은 그러나 6개월이 넘게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연명치료만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김 양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장기기증을 결심했고, 김 양은 지난 7일 심장, 간과 폐, 콩팥 1개씩을 알지 못하는 4명의 어린이에게 이식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이날 연합뉴스와 만난 김 양의 부모는 "사랑하는 아이를 떠나보낸다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이었지만 '하늘이의 심장을 다른 곳에서 뛰게 해주면 어떻겠냐'는 아주대 병원의 얘기를 듣고 장기기증을 결심하게 됐다"면서 "하늘이를 하늘로 떠나보내면서 '하늘아, 우리 스치듯이 꼭 만나자'라는 말을 해줬다"고 말했다.
김 양의 부모는 "하늘이는 항상 웃으면서 짜증도 안 부리고 소외된 아이까지 상냥하게 돌보는 사람을 참 좋아하는 아이였다"면서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우리 하늘이를 친딸처럼 이뻐하고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유족들은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전환과 장기기증 시스템 개선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김 양의 아버지는 "장기기증에 대한 안 좋은 정보와 속설들이 너무 많아 처음에는 장기기증을 꺼렸지만, 장기기증하신 분들의 뉴스 사연을 보고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면서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조금만 용기를 내면 많은 사람에게 새 삶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기증한 유족이 장기기증 후 시신을 직접 수습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장기기증자에게 최소한의 예우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마련돼야 장기기증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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