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누에·귀뚜라미 항산화력 오렌지주스 5배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곤충은 단백질이 풍부한 미래의 식량자원으로 연구되고 있다. 일부는 쿠키나 파스타 등으로 만들어져 시판되고 있지만 아직은 소비층이 넓지는 않다.
이런 식용 곤충이 단순한 식량자원을 넘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력이 풍부한 건강식품으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까지 더해져 저변 확대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국제 오픈액세스 저널 '프런티어스(Frontiers)'에 따르면 이탈리아 테라모대학 마우로 세라피니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식용곤충의 항산화력을 분석한 연구논문을 프런티어스 영양학 섹션을 통해 공개했다.
연구팀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식용곤충에서 날개와 침 등 못 먹는 부분을 제거하고 빻아서 가루로 만든 뒤 지방과 수용성 부분으로 나눠 항산화력을 측정하고 이를 항산화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기능성 식품인 오렌지주스, 올리브유 등과 비교했다.
식용 곤충의 항산화력을 측정해 전통 식품과 비교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 결과 메뚜기와 누에, 귀뚜라미 등에서 추출한 수용성 가루는 항산화력이 오렌지주스의 5배에 달하며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방을 제외한 가루와 비교한 것으로 오렌지주스처럼 마시기 좋게 물 88%에 희석할 때 항산화력은 오렌지주스의 약 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이언트 매미와 태국물장군, 검은 타란툴라, 검은전갈 등의 수용성 가루가 갖는 항산화력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초식성 곤충들의 항산화력이 상당히 높게 나오는 분명한 흐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식물성 항산화력 원천인 폴리페놀 총 함량은 모든 곤충에서 비슷하게 오렌지주스보다는 훨씬 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곤충의 항산화력이 폴리페놀 이외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다른 물질에 의존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곤충에서 추출된 지방 역시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자이언트 매미와 누에에서 추출된 지방은 올리브유 항산화력의 두 배에 달했지만, 검은 타란툴라와 검은개미누에 등은 항산화력이 곤충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메뚜기나 누에 등과 같은 식용 곤충이 항산화 물질의 풍부한 원천인 것이 핵심적 메시지라면서, 이는 새로운 식량원을 찾아내는데 있어 주요 요건이라는 점에서 유망한 결과라고 했다.
다만 항산화 물질이 알려진 대로 인체에 이롭게 작용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연구팀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음식의 체내 효율은 생물학적 이용 가능성과 산화 스트레스의 존재 여부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곤충이 가진 다른 항산화 물질을 밝혀내는 것뿐만 아니라 항산화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효과를 분명히 밝힐 연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에는 인간이나 동물에 맞게 항산화물질을 늘리도록 곤충의 사료를 맞춤형으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라피니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 인구의 4분의 1가량인 20억명 이상이 곤충을 정기적으로 먹고 있지만 나머지 사람들도 곤충을 식용하려면 약간 더 자극이 필요하다"면서 "맛과 이미지가 관건이지만 일부에게는 건강 역시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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