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 도전' kt 이강철 감독의 당부 "9연승 잊지 말자"

입력 2019-07-16 08:40  

'5강 도전' kt 이강철 감독의 당부 "9연승 잊지 말자"
단골 꼴찌 kt 막내의 반란…마법의 비결은 "인내와 신뢰죠"


(수원=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막내 kt wiz는 '마법사 군단'이다. wiz라는 이름부터 로고와 마스코트, 응원가 등 곳곳에 마법사 이미지를 반영했다.
그동안 kt의 마법은 신통치 않았다. 2015년 1군에 데뷔한 이후 3년 연속으로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꼴찌에서 벗어났지만, 최하위 NC 다이노스와 2경기 차 9위였다.
2019년은 다르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이강철(53) kt 감독은 올 시즌 목표를 '5강'으로 잡았다. '탈꼴찌'보다 더 큰 목표를 제시해 선수단에 동기부여를 해주려는 의도였다.
kt는 실제로 5강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시즌 전반기를 3경기 남겨둔 15일 기준으로 kt는 6위를 달리고 있다. 5위 NC와는 1.5경기 차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도 기대할 수 있는 위치다.
kt는 6월 23일부터 7월 5일까지 창단 최다인 9연승을 달리기도 했다. 패배 경험이 많은 kt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한껏 올려준 귀중한 경험이었다.
팬들은 kt의 환골탈태를 '강철 매직'이라 부른다.
지난 11일 경기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감독실에서 만난 이 감독은 시즌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이런 반응을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선수단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각자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잘 해주고 있는 것이 순위 상승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믿음을 보내며 기다리는 것이었다.
kt 감독실에는 '인내순리'(忍耐順理) 문구가 담긴 액자가 걸려 있다. 이 감독은 "인내하며 순리대로 하겠다"라고 자주 말한다.


-- 프로야구 사령탑으로 처음 부임한 시즌의 전반기가 끝나가고 있다. 돌아보면 어떤가.
▲ 큰 꿈을 갖고 왔다. 그런데 시즌 초반에 상황은 처음 구상에서 많이 어긋났다. 야구 인생을 통틀어 정말 힘든 시기를 겪었다. 잘못됐다고 판단된 것들을 빨리빨리 바꿨는데 선수들이 잘 해줬다.
-- 조심스럽게 제시했던 5강 목표에 실제로 가까이 다가왔다.
▲ 목표 의식은 높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안주하지 않고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가까워졌다. 후반기에도 있는 그대로 편하게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어떻게든 나오지 않을까.
-- 성적이 좋아진 이유가 무엇인가.
▲ 달라졌다기보다 좋아진 모습이 있다.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잘 알고, 그 역할에 충실히 해주고 있다. 초반에는 맞지 않는 옷을 입히기도 했지만, 빨리빨리 역할을 바꿔줬다. 김민혁, 오태곤, 심우준, 주권, 정성곤 등이 자리를 잡아줬다. 신구조화도 잘 맞아떨어졌다. 투수와 야수, 어린 선수와 고참들이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 이대은은 선발투수에서 불펜으로,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많이 바꿨다. 처음 구상과 달라져서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 이대은이 3선발로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초반에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본인도 힘들었을 것이다. 부상으로 잠시 빠졌다가 돌아오고 나서는 자기 자리에서 역할을 해주고 있다. 힘든 일은 초반에 다 지나갔다고 생각하겠다.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
-- 배제성, 주권, 정성곤 등 젊은 투수들이 부쩍 성장했다. 투수 조련사 능력을 발휘한 것인가. (이 감독은 2005년 KIA 타이거즈 은퇴 후 KIA 2군·1군 투수코치, 키움 히어로즈 투수코치와 수석코치, 두산 베어스 2군 감독과 수석코치를 거쳤다.)
▲ 선수들에게 '네가 어떤 것을 갖고 있으니 어떤 경기를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을 뿐이다. 나는 마운드에 오른 선수를 믿는다. 마운드에서 투구 내용이 안 좋더라도 계속 인내하면서 믿음을 준다. 선수는 '내가 믿음을 받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면 벤치 눈치를 안 보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조련이 아니라 신뢰다.


-- kt 역대 최장인 9연승을 했다.
▲ 행복했다. 이기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지기만 했던 선수들에게 이런 게 와서 너무 좋다. 선수들이 연승의 기억을 절대로 잊지 말았으면 한다.
-- '외유내강' 성격의 소유자인데 경기 중 심판을 배로 민 '배치기 사건'으로 화제가 됐다.
▲ 나는 리더다.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반응을 해야 한다. 그러나 주심에게 화낸 것은 잘못이었다. 이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 것은 심판에게 미안한 일이다. 이제는 이야기가 안 나왔으면 한다.
-- 앞으로 선보이고 싶은 '강철 매직'은.
▲ 상대 팀에서 봤을 때 어려운 팀을 만들고 싶다. 확실한 토종 선발 3∼5명, 중간 투수들과 셋업맨, 마무리 투수를 확실히 구축하고 싶다. 야수 부문에서는 빠른 야구를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토대를 갖춘 것 같다. 2∼3년 뒤도 생각해야 한다. 구체적인 구상은 일단 올 시즌 후반기를 치르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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