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3m 싱크로 실수 후, 질질 짰어요. 미안해서"
우하람 "싱크로는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의 잘못"
(광주=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영남(23)에게 '우하람(21·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과 동시대에 뛰는 것'은 행운이다.
우하람에게도 마찬가지다.
한국 다이빙 에이스 우하람은 비슷한 기량을 갖춘 형 덕에 개인 종목뿐 아니라 둘이 함께 연기하는 싱크로나이즈드에서도 세계의 벽에 도전한다.
기술만큼이나 똑같은 연기를 펼치는 게 중요한 싱크로나이즈드 종목에서 우하람-김영남 조의 우정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하람-김영남 조는 15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10m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 결승에서 6차 시기 합계 401.67점으로 12개 팀 중 6위에 올랐다.
201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회 때부터 호흡을 맞춘 이들은 4개 대회 연속 톱10에 오르는 쾌거를 올렸다.
여기에 2015년 러시아 카잔과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거뒀던 자신들의 3m 싱크로나이즈드 스프링보드 종전 최고 성적(7위)도 경신했다.
2009년 이탈리아 로마 대회 때 권경민·조관훈이 남자 10m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 결승에서 달성한 6위와 같은 '역대 세계선수권 한국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최고 순위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기 뒤 만난 둘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우하람은 "이번 대회 영남이 형과의 마지막 싱크로나이즈드 경기를 끝냈다. 아쉬운 것도 많고 얻은 것도 많다"며 "기대했던 것(메달 획득)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우리 조의 최고 성적은 올렸으니까….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남은 미안함을 가득 담은 눈으로 후배 우하람을 바라봤다.
우하람-김영남 조는 13일 남자 10m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 결승에서 10위를 했다. 3차 시기까지 1위를 달렸지만, 4차 시기 입수 동작에서 김영남이 실수를 했고, 성적이 뚝 떨어졌다.
김영남은 "(플랫폼 경기가 끝나고) 정말 질질 짰다. 하람이에게 정말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김영남은 실제 울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경기를 망쳤다고 자책하며 무척 괴로워했다.
옆에 있던 우하람은 "싱크로나이즈드 종목은 한 명의 실수가 없다. 둘이 같이 실수하는 거다. 영남이 형의 실수가 내 실수고, 내 실수가 영남이 형의 실수다"라고 말했다.
김영남은 "하람이가 이렇게 말해주니 더 고맙고, 더 미안하다"고 고운 눈길로 후배를 바라봤다.
우하람은 "이번 대회를 작년 12월부터 준비했다. 영남이 형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고맙고, 정말 수고하셨다"고 연기를 함께하고, 마음을 나눈 형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우하람은 15살이던 2013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같은 시기에 17살의 김영남도 대표팀에 합류했다.
한국 다이빙 신화 창조의 출발점이었다. 둘은 더 많은 다이빙의 새 역사를 쓰고 싶어한다.
김영남은 "이번 대회에서도 (둘의 연기가 얼마나 똑같은 지 평가하는) 싱크로 점수는 꽤 높았다. 내가 입수 동작을 잘해내면 다음 대회에서는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하람도 "더 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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