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합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 시기를 2~3주 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한 임박에 따라 미국은 외교 경로를 통해 이번 주 실무협상을 하자고 북한에 제의하고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장소로는 판문점, 평양, 스웨덴 등이 거론되는데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데로 가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김명길 전 베트남 주재 대사, 미국에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협상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정상이 내보이는 우호적인 관계, 미국이 잇따라 언급한 '유연한 접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 보장' 발언 등으로 인해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북미는 그간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쳐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혔으니 모처럼 맞은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국 일각에서는 최종적인 북한 핵 폐기가 아닌 동결 수순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미국 당국자들은 동결이 최종단계가 아니고 하나의 과정일 수 있다고 밝힌다. 그래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전면 폐기하고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동결하면 미국이 그에 상응해 경제적 제재를 완화하는 조치를 한다는 등의 시나리오가 언급된다. 미국의 상응 조치로 인도적 지원, 연락 사무소 개설 등도 거론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북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에 화답하는 북한의 적극성과 유연성도 요구된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일괄타결식 빅딜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단계적 핵 폐기와 상응한 제재 완화를 주장해 합의를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국은 정상 간 신뢰를 유지한 끝에 판문점 깜짝 회동까지 성사시키는 등 협상 진전을 추동할 만한 공감대를 어느 정도 이룬 모양새다. 이번 실무협상이 각별히 주목되는 이유다.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체제 안전 보장 문제에서도 미국은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낸다. 폼페이오 장관은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확인하며 북한이 필요로 하는 안전 보장이 갖춰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면 상응한 체제 안전 보장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체제 안전 보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지난 4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서도 언급할 정도로 대미 외교에서 우선시하는 의제이다. 북미는 하노이 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교착된 비핵화 협상에 다시 속도를 붙일 기회를 잘 살려 새 동력 확보 등 성과를 내야 한다. 북한 매체들은 연일 남측은 미국의 눈치를 그만 보라고 주장하지만 정전 체제의 특수성으로 인해 한미 및 북중 관계와 남북 관계는 밀접히 연계되는 게 현실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실무협상 재개를 계기로 남북 대화와 교류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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