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 특사' 이위종은 코스모폴리탄이자 독립전쟁론자"

입력 2019-07-16 13:31   수정 2019-07-16 14:02

"'헤이그 특사' 이위종은 코스모폴리탄이자 독립전쟁론자"
'시베리아의 별, 이위종' 출간…증손 "모든 민족은 역사 기억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헤이그 특사 세 명 중 이준과 이상설 자료는 많은데, 이위종 관련 사료는 거의 전무했습니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모든 것을 버려야 했던 인물에 대한 지적 호기심으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재야사학자 이승우 씨는 김영사가 16일 중구 환경재단에서 연 '시베리아의 별, 이위종' 출판 간담회에서 이위종 일대기를 정리한 책을 집필한 동기에 대해 "청년들을 위해 이위종을 살려내 현실에 초대하고 싶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한말 외교관이자 독립운동가 이위종은 고종이 파견한 '헤이그 특사'로 기억되지만, 정작 알려진 사실은 많지 않다. 인물의 기초 정보인 생몰년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위종이 비천한 집안 출신인 것은 아니었다. 조부 이경하(1811∼1891)는 조선 후기 훈련대장과 형조판서를 지냈고, 부친 이범진(1852∼1911)은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한 아관파천을 주도했다. 이범진은 1897년 주미공사로 부임했고, 1900년 주러시아공사로 전임했다.
이위종은 아버지가 미국과 유럽에 머문 덕분에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에 능통했다. 1905년에는 러시아 여성 엘리자베타 놀켄과 결혼했다.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일제 침략행위를 알린 그는 연해주로 돌아와 항일투쟁을 벌였다.
이승우 씨는 "100여 년 전에는 일본만 가도 굉장했는데, 이위종은 유럽에서 외교 활동을 펼쳤다는 점에서 한국인 최초 코스모폴리탄"이라며 "러시아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러시아정교회로 개종한 로맨티시스트이기도 하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전은 이위종이 헤이그 특사 이후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했다"는 정도로만 기술한다. 행적을 적을 만한 사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블라디미르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장교로 임관했고, 1917년 혁명이 일어나자 적군(赤軍) 중위가 돼 일본군과 전투를 벌였다고 전하기도 한다.
이씨는 "이위종은 헤이그를 다녀온 뒤 국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절감했고, 실제로 일본군과 격전을 벌인 독립전쟁론자"라면서 "이위종을 사회주의자 혹은 공산주의자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그는 공화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라고 역설했다.
이어 4년간 사료 수집 과정에서 이위종이 프랑스 생시르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쉽게 썼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료를 찾지 못한 부분은 창작력을 동원해 채워 넣었다고 설명했다. 책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팩션'인 셈이다. 특히 이위종 죽음에 대한 내용은 저자 창작의 소산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이위종을 알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며 "70∼80%는 사실에 근거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러시아에 거주하는 이위종 손녀 류드밀라 예피모바, 증손 율리야 피스쿨로바도 참석했다.
역사학자로 활동하면서 한·러 관계사에 관한 책을 쓰기도 한 피스쿨로바는 "이범진 고손, 이위종 증손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이위종은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잘 만들었고, 이범진은 유머가 있었다고 선조들에게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한 뒤에야 러시아에서 이범진, 이위종 연구가 이뤄졌다"며 "이위종은 헤이그에서 일본이 한국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고 있다고 알렸고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점에서 영웅적 면모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스쿨로바는 "모든 민족은 자기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며 "많은 한국인이 계속해서 증조할아버지 이위종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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