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EU 집행위원장, 브렉시트 등 난제 '산 넘어 산'

입력 2019-07-17 02:51  

첫 여성 EU 집행위원장, 브렉시트 등 난제 '산 넘어 산'
'노딜 브렉시트' 되면 파장 클 듯…추가 연기 요구 땐 수용?
대미 관계 복원, EU 개혁, 난민 해결, 기후변화 주도 과제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이 16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서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 선출됨으로써 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 시대를 열었다.
EU의 '유리천장'을 깨뜨렸다는 역사적 기쁨도 잠시일 뿐 그는 곧바로 풀어야 할 산적한 숙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이 'EU의 행정부 수반'으로서 맞닥뜨린 가장 큰 도전은 아무래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다.
예정대로라면 영국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공식 취임하기 전날인 10월 31일 EU를 탈퇴하게 된다.
EU는 지난 60여년간 '통합 유럽의 꿈'을 향해 달려왔지만 그의 집행위원장 취임과 거의 동시에 사상 첫 회원국 탈퇴라는 '퇴행적 역사'와 마주해야 한다.
따라서 브렉시트가 현실이 될 경우 그는 브렉시트 여파를 잘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된다.
최악의 경우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감내해야 하는 정치적·경제적·외교적 부담은 더욱 클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다.
현재는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지만, 영국이 작년 11월 EU와 체결한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하고 질서 있게 EU를 떠나더라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와 영국 간 미래관계에 관한 협상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등 '영국 없는 EU 시대'를 구체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앞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의회 인준 투표를 앞두고 브렉시트 문제와 관련해 연기 이유가 충분하다면 영국의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당초 지난 3월 29일 EU 탈퇴를 계획했다가 이미 두 차례 연기했지만, 영국이 추가로 연기를 요청하면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브렉시트가 EU에 미칠 여파를 잘 알고 있으며 가급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브렉시트를 '소프트 랜딩'하도록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브렉시트가 또다시 연기된다고 하더라도 브렉시트를 둘러싼 논란과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것은 아니므로 EU와 영국 간 '샅바싸움'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미 관계 회복도 시급한 문제다.

러시아의 위협에 늘 노출된 EU는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중심으로 미국과 굳건한 안보 동맹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서양 동맹'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일방통행이 노골화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동맹에 대한 폄하와 지난 2015년 국제사회와 이란이 체결한 이란 핵 합의의 일방 탈퇴,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불인정 등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라는 미국의 '막무가내식' 압박은 시급하면서도 현명한 대응이 요구되는 발등의 떨어진 불이다.
앞서 장클로드 융커 현 집행위원장은 작년 7월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통해 무역 분쟁을 해결하기로 합의했으나 아직 첫걸음도 내딛지 못한 채 갈등의 파고만 높아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EU 개혁도 큰 고민거리다.
EU로선 브렉시트 논란을 계기로 불거진 해체 위기를 잘 넘겨 통합과 결속을 더욱 다짐으로써 EU를 내실화해야 하는 절명의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EU 내부에선 핵심국가들과 후발 가입국 간, 강대국 회원국과 약소국 회원국 간, 남유럽과 북유럽 국가 간 EU의 향후 나아갈 방향과 핵심 가치, 개혁에 대한 입장이 크게 맞서고 있어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공부채가 심각한 상황에 이른 이탈리아의 적자예산 편성 강행, 폴란드·헝가리 등 일부 동유럽 국가의 법치와 민주주의를 둘러싼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의회 정치 그룹과의 간담회에서 집행위원장에 취임하면 법치와 민주주의 원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구현방안을 놓고 일부 회원국의 상당한 저항과 마찰이 예상된다.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도 고질적인 문제가 돼가고 있다.
지난 2015년 최고조에 달했던 난민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었지만, 중동과 아프리카, 남미 지역의 유럽행 엑소더스는 이어지고 있고 EU 내부에선 더는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회원국의 반발도 커졌다.
유럽이 주도하는 기후변화 대응도 중대한 도전이 될 전망이다.
그는 유럽의회 인준 투표를 앞두고 2050년까지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자동차 배출가스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의회 내 녹색당 그룹은 그의 해법에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공개적으로 그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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