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인들에 전한 편지 형식…닉슨도서관 측 "연설문 쓰일 필요 없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인류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1969년 아폴로 11호 발사 당시 백악관에 있었던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귀환 실패에 대비해 준비해둔 연설 내용이 공개됐다.
1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닉슨 대통령 도서관·박물관에 소장된 연설문은 당시 닉슨 대통령이 연설 비서관 윌리엄 새파이어에게 지시해 작성해둔 메시지다.
닉슨 전 대통령은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 달 착륙선 '이글'에서 내려 달 표면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지구로 돌아오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이 연설문을 쓰도록 지시했으며, 연설문은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던 H.R. 핼드먼에게 전달됐다.
아폴로 11호 미션은 미·소 우주개척 경쟁에 자극받은 존 F.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시작했으나 달 착륙은 닉슨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이뤄졌다.
연설문 제목은 '달 재앙의 경우에'로 붙였다.
만일의 사태가 났을 경우 암스트롱과 올드린의 미망인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인 연설문은 "운명이 평화를 위해 달을 탐험하러 간 그들에게 달에서 평화로운 안식을 하도록 명령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어 "이 용감한 남성들, 암스트롱과 올드린은 구조의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자신들의 희생 속에서 인류를 위한 희망이 움트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썼다.
닉슨 전 대통령 연설문은 "이 사람들은 인류의 고귀한 목표를 위해 목숨을 내려 놓았다. 다른 이들이 그들의 뒤를 따르고 끝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낼 것"이라고 끝맺었다.
연설문 비서관이던 새파이어는 1999년 인터뷰에서 "당시엔 올드린과 암스트롱이 달에서 버려진다면 아사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닉슨 도서관 측은 "다행히도 이 연설문은 쓰일 필요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닉슨 당시 대통령은 1969년 7월 24일 아폴로 11호에 탑승했던 암스트롱과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를 맞이하며 "당신들이 이룩한 일로 인해 우주는 인간 세계의 일부가 됐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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