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색인종 유명인사들, SNS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 많이 들었다"
신문 독자 경험담 4천800건 쇄도…NYT "1600년대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정서"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의 유색 여성 하원의원 4명에게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go back)"며 트윗 공격을 가한 것이 미국 사회의 케케묵은 인종차별의 민낯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
유명 인사들은 물론 평범한 시민들까지 자신이 겪은 '고 백'(go back) 경험담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너도나도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미 CBS 뉴스는 16일(현지시간) 다수의 유색인종 유명 인사들이 자신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어봤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계 미국인 배우 쿠마일 난지아니는 트위터를 통해 "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아주아주 많이 들어봤다"며 "가장 최근 일은 한 달 반 전에 LA(로스앤젤레스)에서였다. 그 말은 들을 때마다 가슴을 아프게 한다"라고 밝혔다.
'스타트렉'에 출연한 일본계 미국 배우 조지 타케이도 "많은 소수자가 살면서 여러 번 듣는 말 중 하나가 '네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라면서 "난 항상 '뭐라고, 로스앤젤레스로 가라고?'라고 답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법무차관을 지낸 저명 변호사 닐 카트얄은 트위터에서 3살 때부터 '너희 나라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오늘날까지 거의 매일 그 말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계 미국인이다.
팔레스타인계 정치 활동가 린다 사수르 역시 트위터를 통해 "3년 전 아이들과 타임스스퀘어를 걷고 있었는데 한 남자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멍청한 테러리스트야'라고 소리쳤다"며 "그때 12살이었던 막내가 충격을 받고 '여기는 엄마의 나라가 아닌가요'라고 물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파문이 불거진 후 독자들에게 이런 말을 들은 경험담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한 결과 4천800여 통의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흑인 여성 셸리 잭슨은 NYT에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7살이던 1970년대 초반 학교 운동장에서 말다툼하던 백인 급우로부터 "아프리카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날은 우리가 어쩌면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알게 된 날"이라고 말했다.
NYT는 독자들의 경험담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돌아가라" 발언이 16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뿌리 깊은 미국의 정서라는 점을 조명했다. 1600년대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반체제인사들을 추방하던 시기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1798년 위험하다고 간주되거나, 적대국 출신이거나, 연방정부를 비판하는 외국인들의 추방을 허용하는 일련의 법이 통과됐다.
이어 1840년대 들어 반(反) 아일랜드와 반 가톨릭 정서가 퍼지면서 이민배척주의를 기치로 내건 정당이 탄생했고, 1882년에는 중국인 노동자와 그 가족의 숫자를 제한하는 중국인배척법이 발의됐다.
또 19세기 백인들의 주도로 만들어진 미국식민협회라는 단체가 해방된 노예를 아프리카로 돌려보내는 운동을 벌인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돌아가라" 발언에 깔린 정서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아모스 키베 시러큐스대 교수는 NYT에 "이러한 외국인 혐오와 타인에 대한 공포는 늘 있었다. 외모가 다른 사람과 외국인들을 향한 것"이라면서 "그런 것이 오랜 세월 동안 소수자들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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