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정책적 유효기간 다해…입시전문기관 역할"
내년 '일반고 공유캠퍼스' 추진…각 학교가 '단과대' 역할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7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면서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를 없앨지 여부를 '공론화'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될 학교를 비롯한 일반고 지원방안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올해 자사고 운영성과평가에서 지정취소가 결정된 학교 다수가 '학교·교육과정 운영' 영역에서 많은 감점을 받았다"면서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 설립 취지인 자사고는 '정책적 유효기간'이 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사고가 학생선발권과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활용해 입시전문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많은 시민이 소수 부유한 아이를 위한 입시교육을 하는 학교를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운영평가로 일부 자사고만 일반고로 전환하면 갈등을 일으키고 평가를 통과한 학교의 인기를 더 높이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자사고의 정책적 유효기간이 끝났고 자사고에 주어진 학교·교육과정 운영상 특례는 '한시적'으로 부여할 수 있다고 법에 규정된 만큼 이제는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자사고 지정·운영 근거를 삭제해 자사고라는 학교 유형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교육감은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령을 개정할 의지가 없다면 국가교육회의(위원회)에서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할지 공론화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작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는 시간에 쫓기면서 '의외의 결과'를 내놓아 논란을 일으켰지만 자사고 제도 폐지 여부를 다룰 공론화는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 있어 국민적 합의를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이른바 '강남 8학군'을 중심으로 일반고도 입시 위주 교육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지적에 "공립고 학생도 사교육에 많이 노출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고교체제가 정상화하려면 서열화된 대학체제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 교육감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될 학교에 교육청과 교육부가 총 20억원(교육청 5년간 10억원·교육부 3년간 1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또 이 학교들이 원하면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나 교과중점학교, 사물함 등 '학생 홈베이스' 개선 및 교과교실제 사업학교로 우선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최근 지정취소가 결정된 자사고 학생들이 면담을 청원한 데 대해"성실히 입장을 내놓겠다"면서 답변 시기·방법은 실무진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사흘 전 교육청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해당 청원은 현재 1천500여명 동의를 받아 교육감 답변대상이 됐다.
기존 일반고에 대해 조 교육감은 현재 학교당 8천만원씩인 '일반고 전성시대' 지원예산을 증액하고 수요가 적은 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학교별로 2천만원까지 '소수 수강 과목 강사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현재 운영 중인 '초기 단계 고교학점제'인 '거점·연합형 선택교육과정'을 발전 시켜 내년 '일반고 권역별 공유캠퍼스'(가칭)를 시범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일반고 권역별 공유캠퍼스는 특정 권역 학교들이 각각 국제·공학·과학·상경·예술 등 한 계열을 맡아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형태로 각 학교가 종합대학 내 단과대처럼 되는 것이다.
이밖에 온라인수업을 활성화하고 일반고 교사를 교육과정·진로·진학전문가로 양성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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