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집단학살' 표현 여전히 꺼려…유엔 "전쟁범죄·집단학살"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소수민족 로힝야족 집단학살에 관여한 미얀마군 수뇌부에 대해 미국 정부가 첫 제재를 내렸다.
미국 정부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등 로힝야족 살해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군부 고위급 4명이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막는 제재를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우리는 미얀마 정부가 인권 침해와 학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미얀마군이 미얀마 도처에서 인권 침해와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그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2017년 발생한 이른바 '인종 청소'(ethnic cleansing) 때 미얀마 라카인주 마웅토의 인딘 마을에서 학살에 가담해 유죄 판결을 받은 군인들을 석방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최근 드러난 것이 "군부와 상층 지도부의 책임감이 심각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독한 사례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제재 대상에는 민 아웅 흘라인 최고사령관 외에 소 윈 부사령관과 측근인 준장 2명이 포함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조치로 "미국은 미얀마 군부 최상층 지도자들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조치한 첫 정부"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힝야 살해 사건을 보도한 기자는 500일 넘게 미얀마에 구금돼 있는데 민 아웅 흘라인 최고사령관이 범죄자(군인)는 불과 몇개월 만에 석방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제재는 미얀마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국무부에서 종교의 자유에 관한 장관급 국제회의가 열리는 와중에 발표됐다.
AFP통신 등 외신은 폼페이오 장관이 로힝야족 살해 사건을 '집단학살'(genocide)로 부르기를 꺼리고 있으며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인종청소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에 주목했다.
미얀마 내 로힝야족 탄압 문제를 조사해온 유엔 진상조사단은 미얀마군부가 인종 청소 의도를 갖고 집단학살과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며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 등 군 수뇌부를 조사해 집단학살과 전쟁범죄 등의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년 8월 발표한 바 있다.
로이터는 만약 미국 정부가 로힝야족 살해를 집단학살로 규정하는 경우 더 강한 제재를 발동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 이번 조치가 미얀마 문민정부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현재 군부 지도자를 교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고위 관리는 의견을 밝혔다.
미얀마군은 2017년 8월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마을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사태의 여파로 로힝야족 74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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