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들 "대책 기대 안 돼"…시민들 "선택지 늘어 환영"

입력 2019-07-17 11:44  

택시기사들 "대책 기대 안 돼"…시민들 "선택지 늘어 환영"
'택시 제도 개선방안'에 택시업계와 시민 반응 엇갈려
일부 기사 "'타다'는 그래도 불법"…시민 "세워둔 채 쉬는 택시 더 늘 것"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사납금 폐지는 정권 바뀌면 늘 나왔던 얘기 아닌가요. 새로운 플랫폼은 택시업계를 망하게 합니다."(서울 개인택시 기사 하모 씨)
"소비자 입장에선 믿을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셈이니 만족해요."(시민 조모 씨)
정부가 17일 발표한 '택시 제도 개선방안'은 '타다'와 같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한 플랫폼 택시를 제도권에 편입하고 사납금 폐지, 기사 월급제 등으로 기존 택시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택시업계에서는 대책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비판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반면 시민들은 플랫폼 운송업체 덕분에 서비스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반기며 대조를 이뤘다.

◇ "기사 넷이나 죽었는데 상생 어림없어"…'자성 필요' 목소리도


택시 기사들 사이에선 이전에 나왔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모양새다.
회사 택시 기사인 곽모(60) 씨는 "개편안이 실제 영향을 미칠지 잘 모르겠다"며 "기사 처우 개선 방안, 사납금 제도 도입이 그렇게 금방 되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월급제 때문에 고정급이 나오는 것은 좋을 수 있지만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좀 더 일하는 경우 손해 볼 수 있다"며 "시민들이 택시기사들의 난폭운전, 불친절 등으로 손해 봤다고 할 수 있지만 월급제가 그 해결책인지는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회사 택시기사인 이상수(60) 씨도 "플랫폼업체에서 기여금을 걷는다고 하는데 얼마나 걷을 수 있을지 오리무중"이라며 "월급제 역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정책이라 무수한 시행착오가 있을 것으로 보여 별로 기대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택시업계와 플랫폼 업체는 상생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기사들도 있었다.
서울 개인택시 기사 하모(73) 씨는 "'타다'는 어쨌든 불법이고 새로운 플랫폼은 택시업계를 망하게 한다"며 "택시기사 4명이나 분신해서 죽었는데 무슨 상생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모(69) 씨 역시 "'타다'니, '웨이고'니 지금도 다 운영하는데 뭘 허가를 해준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다 말장난"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월급제 덕에 고정 수입이 생긴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기사도 있었다.
법인 택시를 모는 김모(66) 씨는 "사납금 관행이 폐지되고 월급제가 도입되면 한 달에 180만∼200만원 정도인 월급이 250만원선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사납금을 정해진 시간에 내기 위해 과속하거나 신호를 위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월급제가 도입되면 범칙금도 덜 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를 둘러싼 여론이 좋지 않고 정부가 이런 대책을 내놓게 된 상황에 대해 업계에서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개인택시 기사 박창훈(54) 씨는 "택시 운전만 20년째 하고 있지만 자업자득"이라며 "운전을 괴팍하게 하고 승객에게 불친절하니 '카카오T'나 '타다' 관련 논의가 나와도 국민 중 우리 편이 하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시민들 "기사 자격 강화로 안심"…"쉬는 택시 늘어날까" 우려도


시민들은 플랫폼 사업 합법화를 대체로 반겼다.
박세호(35) 씨는 "택시를 잘 안 타는데, 그 이유는 택시들이 급가속, 끼어들기를 자주 하는 등 불편해서였다"며 "택시가 많은 상황에서 '타다'까지 많이 생기면 사람들은 (서비스가 안 좋은) 택시를 더 안 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정희(26) 씨는 "택시를 탈 때마다 불편하고 걱정하던 것 중 하나가 택시기사의 연령대가 너무 높다는 것이었다"며 "'타다' 등 기업이 운영하는 업체는 자체적으로 서비스 관리를 할 테니 승객 입장에서는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내가 원하는 택시를 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1∼2회 택시를 이용한다는 대학생 조모(24) 씨는 "'타다' 허용을 환영한다"며 "'타다'가 허용되면 택시 기사들도 경쟁을 통해 자극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 지낼 때 '우버'를 자주 이용했다던 김모(27) 씨 역시 "외국에선 우버 도입 이후 교통사고가 많이 증가했다거나 기사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범죄나 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본 적 있다"며 "안전 관리가 모쪼록 철저하게 이뤄져 국내에서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들은 플랫폼 운전자도 택시 기사 자격을 보유하도록 하고 성범죄, 마약, 음주운전 경력자를 배제하는 안에 주목했다.
평소 '타다'를 자주 이용한다는 조모(28·여) 씨는 "최근 타다에서 발생한 성범죄 등을 기사로 접하고 불안했는데, '타다' 기사도 의무적으로 택시 면허를 따야 하고 면허 자격을 강화한다니 훨씬 안심"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납금제 폐지, 월급제 도입에 대해선 시민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렸다.
대학생 조모 씨는 "택시기사 월급제가 도입되면 승차 거부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기사들도 최소한의 수입이 보장되니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누리꾼은 영업 수익과 관계없이 고정 수입이 나오는 경우 기사들이 택시 영업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차를 세워두고 오래 쉬고 있는 택시들이 더 늘 것"이라고 꼬집었다.
porqu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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