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우리는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입력 2019-07-17 11:39  

인종차별, 우리는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낙인찍힌 몸'·'인종 토크'·'선량한 차별주의자'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디즈니가 '인어공주' 실사영화 주인공으로 가수이자 배우인 핼리 베일리(19)를 캐스팅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원작에서 인어공주 아리엘은 흰 피부에 빨간 머리를 가졌지만, 핼리 베일리가 검은 머리의 흑인이기 때문이다.
디즈니가 반대 여론을 일축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캐스팅 논란은 인종차별 문제와 맞물려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서구권에서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계도 인종주의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인종차별에서 자유로운가. 밖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는 피해자지만, 국내에서는 가해자가 되는 게 현실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차별과 혐오 문제가 심각해진 가운데 우리 안의 차별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들이 나왔다.
염운옥의 '낙인찍힌 몸'은 인종주의의 역사를 통해 인종차별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왜 어떤 몸은 아름다움의 척도가 되지만, 어떤 몸은 비하 대상이 되고 차별과 박해까지 받는지 몸을 둘러싼 편견에 물음표를 던진다.
인종주의란 행위가 아니라 속성에 근거해 인간을 규정하고, 혐오하고, 심지어 말살하는 서양 근대의 이데올로기다.
눈에 보이는 피부색, 머리카락 같은 생물학적 속성에 기반해 보이지 않는 것을 결정하고, 이 과정에서 몸에 대한 담론이 생성되고 더 강화된다.
저자는 혈통을 의미하던 인종이 어떻게 인간 분류의 하위 범주로 사용됐는지, 백인우월주의 신화와 인종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풀어낸다.
문화적인 요인들이 더해져 작동하는 '신인종주의' 현상도 조명한다. 확산하는 테러와 관련해 무슬림에 가해지는 인종차별, 한국에서 살아가는 혼혈인, 이주민, 난민들의 모습이 다뤄진다.
돌베개. 448쪽. 2만원.


'인종 토크'는 제목 그대로 인종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인종 문제와 관련한 17개 질문에 저자가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미국의 흑인 여성 저널리스트이자 활동가인 이제오마 올루오로, 미국 사회 속 인종주의에 내내 시달렸다.
그는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SNS에 진솔하고 당찬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여러 매체에 인종을 주제로 칼럼을 기고하는 인사가 됐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인종주의의 현실을 일깨워준다. 인종을 중심으로 사회 구조적 소수자 차별 메커니즘을 설명하면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한다.
저자는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다수자로서 특권을 누리고 있을지 모른다며 끊임없이 나의 특권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과함께. 노지양 옮김. 320쪽. 1만5천원.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인종을 포함한 모든 차별과 불평등을 살핀다.
현장과 밀착해 인권과 혐오 문제를 연구해온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가 다양한 연구와 사례를 버무려 우리 일상에 숨겨진 혐오와 차별의 순간을 보여준다.
저자는 모든 사람은 가진 조건이 달라서, 각자 위치에서 아무리 공정하게 판단하려고 해도 편향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차별을 보지 못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는 이유다.
또 우리는 때에 따라 특권을 가진 다수자가 되기도 하고, 차별받는 소수자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선량한 마음만으로 평등은 이뤄지지 않는다며, 익숙한 질서 너머의 세상을 상상하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조직해가자고 제안한다.
창비. 244쪽. 1만5천원.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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