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혐오표현, 선관위가 적극 대응해야"

입력 2019-07-17 15:04  

"정치인 혐오표현, 선관위가 적극 대응해야"
'혐오없는 선거' 토론회…"허위사실 유포 금지처럼 혐오표현 규제 고민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정치인의 다양한 혐오 표현을 막기 위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이 공동 주최한 '선거에서의 혐오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 발제를 통해 "선관위가 혐오 표현에 관한 인식 수준을 높이고 다양한 비강제적, 형성적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 교수는 "선거 때는 혐오 표현과 표현의 자유의 딜레마가 극적으로 격화된다"며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혐오 표현의 해악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6년 총선에서 나온 한 정당의 '할랄단지를 조성하면 대한민국이 테러 위험국이 된다'는 주장이나 2018년 지방선거에서 어느 서울시장 후보의 '동성애는 담배보다 유해하다'는 발언 등을 선거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혐오 표현의 예시로 꼽았다.
홍 교수는 "선거 때 허위사실 유포나 비방을 막아 후보자를 보호하는 것처럼 후보자가 혐오 표현을 통해 유권자 일부를 차별과 배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막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에서 표현과 정치적 자유가 중요하다고 혐오 표현을 규제대상에서 제외하면 혐오 세력들에게 선거와 정치야말로 제재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혐오를 유포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고 덧붙였다.
선거에서 혐오 표현을 막을 방법으로는 '증오 선동 형사범죄화'와 '선거법에 의한 규제', '선관위에 의한 조치'를 꼽았다.
홍 교수는 "혐오 표현을 형사 범죄화 하면 처벌 가능한 혐오 표현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규제를 통한 대응은 표현의 자유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보다는 선거법에서 비방이나 왜곡으로부터 후보를 보호하는 조항에 혐오발언도 포함하는 식으로 규제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선관위가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혐오 표현을 자제하도록 안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구광역시 선관위가 각 후보자에게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혐오·차별 발언을 자제하라'고 공문 보낸 것이 좋은 선례라고 소개했다.
홍 교수에 이어 토론자로 나온 김준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은 "국가인권위원회나 선관위, 법무부, 검찰 등에서 미리 정당과 후보자에게 혐오 표현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주요 정당과 '21대 총선 반혐오 방지협약'을 체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책담론팀장은 "시민사회가 모니터링을 통해 혐오 발언과 혐오 선동을 공론화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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