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 포어 '생각을 빼앗긴 세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오늘도 많은 사람이 아마존에서 쇼핑하고 구글에서 검색한다.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스크롤하고 넷플릭스로 여가를 보낸다. 매일 애플 기기를 들여다보는 데 몇 시간을 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적인 기술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우리의 사진과 문서, 연락처와 일정을 보관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파악해 추천하는 '개인 비서' 역할을 한다.
실로 경탄할 만한 발전이고, 인류의 삶은 실제로 매우 편리해졌다.
그러나 프랭클린 포어는 '생각을 빼앗긴 세계'에서 우리가 너무나 오랫동안 경탄만 하고 있었다고 일깨운다.
그는 "이제 이들의 독점이 빚어낸 결과를 곰곰이 따져보고 인간의 앞날을 결정하는 데 있어 우리 스스로의 역할을 되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포어는 세계적인 기술 기업들이 몰고 온 혁신을 1950년대 식품 대기업들이 일으킨 식생활 혁명에 비유했다.
공장에서 만든 간편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먹을거리와 먹는 방식이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엄청난 나트륨과 지방이 들어간 음식에 사람들은 비만해졌다. 기업들은 급증한 수요를 채우기 위해 엄청난 양의 고기와 옥수수를 추가로 생산했다. 한 푼이라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항생제도 마구 썼다. 이러한 변화에 환경이 훼손됐다.
나비스코와 크래프트 같은 기업들이 먹을거리와 먹는 방식을 바꾸고자 한 것처럼 아마존과 페이스북, 구글 등은 사람들이 읽을거리와 읽는 방식을 바꾸고 싶어한다고 포어는 주장했다.
그는 "거대한 테크 기업들은 인류 역사상 그 무엇보다도 가장 강력한 게이트키퍼"라며 시장 지배적 기업들이 문화 생산의 전 과정을 바꿔 수익을 극대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거대 독점 기업들은 개인이 하루하루 내리는 크고 작은 선택들을 자동화하려 한다. 어떤 뉴스를 읽을지, 어떤 물건을 살지, 어떤 길로 이동할지, 어떤 친구를 사귈지 등을 그들이 만든 알고리듬이 제안한다.
알고리듬은 효율성을 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업 이윤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아마존은 고객에게 전에 본 적이 있을 법한 책을 추천하지만, 넷플릭스는 본 적 없는 영화를 추천한다.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덜 알려진 영화를 스트리밍할 때 더 큰 이윤을 남긴다.
결국 이들은 인류를 자신들이 바라는 그림대로 바꿔놓고 있으며, 그에 따라 거대한 획일주의, 순응적 사고라는 폐해가 남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알고리듬이 유도하는 대로 따라가면서 인간은 스스로 사고할 시간과 능력을 잃고 있으며, '사색 가능성'이 파괴된다는 우려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거대 기술 기업들이 조종하는 세상에 날 선 비판을 가해 설득력을 더한다.
포어는 마이크로소프트 교양잡지 '슬레이트'에서 저널리스트 경력을 시작했으며 잡지 '뉴리퍼블릭'에서 기자로 일했다. 이 잡지는 페이스북 공동창업자가 인수했고, 저자는 편집장을 지냈다.
반비. 이승연·박상현 옮김. 324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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