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거성 이용 제3측정법 69.8㎞/s/Mpc…기존 두 방식 중간값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우주는 모든 방향으로 가속 팽창 중이다. 지구에서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우리에게서 더 빨리 멀어지고 있다.
우주의 가속 팽창은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1924년에 처음 관측했으며, 그의 이름을 따 외부은하와의 거리와 후퇴 속도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상수를 '허블상수(Hubble constant)'로 부르고 있다.
이런 허블상수는 우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척도다. 이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우주의 기원과 크기, 나이가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상수는 측정 방식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두 가지가 대립해 왔다. 너무 차이가 나 현재의 우주 모델에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마저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제3의 방법으로 허블상수 측정에 도전장을 내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카네기과학연구소와 허블우주망원경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에 따르면 시카고대학 웬디 프리드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적색거성을 이용해 허블상수를 측정하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해 발표했다.
적색거성은 진화 마지막 단계의 특정 시점에서 '헬륨섬광(helium flash)'이라는 사건을 겪는데 이때 온도가 1억도까지 오르게 된다. 이때 별의 밝기는 모든 적색거성에서 똑같아 이를 기준으로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산출한 허블상수는 69.8㎞/s/Mpc. 1메가파섹(326만광년·Mpc) 떨어질 때마다 초당 69.8㎞씩 더 빠르게 멀어진다는 의미다.
이는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 측정법이 제시한 허블상수 값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우주 가속팽창 관련 연구로 지난 201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존스홉킨스대학의 애덤 리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일정한 주기로 밝기가 변하는 세페이드 변광성을 기준으로 측정한 허블상수를 74㎞/s/Mpc로 제시했다.
리스 교수 연구팀은 우리은하와 이웃한 '대마젤란은하(LMC)'의 세페이드 변광성 70여개의 빛을 분석해 정확한 거리를 산출한 뒤 이를 기준으로 세페이드 변광성과 Ia형 초신성을 모두 가진 은하와의 거리를 측정하고, 다시 최고광도가 일정한 Ia형 초신성을 거리 척도로 삼아 더 멀리 있는 외부은하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우주거리 사다리(cosmic distance ladder)'로 허블상수를 계산해 냈다.
연구팀은 허블상수 오차를 1.9%까지 좁혔다고 했지만, 유럽우주국(ESA)의 플랑크 위성이 관측한 우주마이크로파배경복사(CMBR) 자료를 이용해 산출한 허블상수 67.4㎞/s/Mpc와는 10%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CMBR은 우주가 시작된 빅뱅의 잔광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근거로 현재의 우주 팽창속도를 계산해 낼 수 있다고 한다.
카네기 연구소에서 우주 가속팽창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고 이번 연구도 카네기 소속 과학자들과 함께 진행한 프리드먼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처음에는 세페이드와 CMBR 측정법 사이에서 해결할 문제가 있다면 적색거성을 이용한 방법이 승자를 결정지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결과는 CMBR 허블상수에 가깝기는 해도 어느 한쪽을 강력히 지지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프리드먼 교수 연구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20년대 중반에 발사할 차세대 광역적외선 망원경 WFIRST가 우주에 배치되면 은하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Ia형 초신성과 세페이드 변광성, 적색거성을 더 정교하게 관측함으로써 허블상수 값을 정확히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실릴 예정이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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