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 상무부장 "투쟁 정신 최대한 발휘해 국익 지켜야"…'장기전' 예고
(베이징·홍콩=연합뉴스) 김진방 안승섭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 협상과 관련해 중국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하자 중국은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며 속도에 연연하지 않고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무역 협상이 타결되려면 아직 많은 단계가 남아 있다고 밝힌 데 대해 평론을 요구받고 이같이 답했다.
겅 대변인은 "중국은 줄곧 대화와 협상을 통해 중미 무역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우리는 중미 무역 협상에 대해 계속해서 성실하게 임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무역 협상 달성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끼고 있다"며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길이 얼마나 멀든지 간에 발을 내디뎌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면 결국 종착지에 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겅 대변인은 또 "미국은 결심과 의지를 내보이고 중국과 상호 존중과 평등을 기초로 공동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상호 이익과 윈-윈(Win-win)하는 무역 협상을 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미중 정상회의를 통해 중단하기로 합의했던 추가 관세 부과를 재개할 수도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무역 협상에 새로운 장애물을 만드는 것과 같다"면서 "이는 무역 협상 달성의 길을 더 길고 느리게 할 뿐"이라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고 말하는 등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 등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한 바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측 무역 협상 대표단에 강경파로 알려진 중산(鍾山) 상무부 부장(장관)이 합류한 점을 들어 중국이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 부장은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6+1' 방침을 내세우면서 미국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6+1'에서 '1'은 미국과의 무역갈등을 잘 처리하는 것이라고 밝힌 중 부장은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을 어기고 이번 경제·무역 분쟁을 일으켰으며, 이는 전형적인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투쟁 정신을 최대한 발휘해 다자간 무역체제 등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확고하게 지켜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6+1'에서 '6'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강화, 내수 확충, 11월 중국국제수입박람회 성공개최, 중국 내 자유무역 지대 개발 가속화 등 우선순위에 놓인 정책들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중 부장의 발언은 중국 내 청중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이 대미 협상에서 서두르지 않고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국은 2020년 미국 대선 이후 일어날 일을 기다리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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