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 제도도 추진…中 국유기업 순익 사상 최고 기록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외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금지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거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재정부, 최고인민법원 등 13개 부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 문건을 작성해 회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건은 "자원 배분에서 정부는 반드시 시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하며, 시장 왜곡을 줄이고 가장 효율적인 시장 참여자에게 부품과 자원이 흘러 들어가도록 촉진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나아가 문건은 외부 지원 없이는 재정적으로 회생이 불가능한 '좀비 기업'에 대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보조금이나 대출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았다.
문건은 "파산 기준에 이미 부합하는 국영기업에 대해서는 관련된 모든 당사자가 그 퇴출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파악한 중앙정부 산하 좀비 기업은 2천여 개, 지방정부 산하 좀비 기업은 1만여 개에 이른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은 중국의 좀비 기업이 2만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천900개 좀비 기업을 청산했다고 밝혔지만, 일자리와 세수 문제 등을 우려하는 지방정부의 저항 등으로 좀비 기업 청산이 더디게 진행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조기경보 체제를 만들고, 구조조정이나 파산에 적용할 수 있는 법적 채널도 만들 계획이다.
또한, 개인들이 파산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연구하기로 했다. 중국에는 아직 개인파산 제도가 없어서 한번 빚이 생기면 죽을 때까지 따라다닌다.
한편, 무역 협상에서 미국이 중국 정부의 국유기업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가운데 지난달 중국 국유기업의 순이익은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중앙정부 산하 96개 주요 국유기업의 지난달 순이익은 1천585억 위안(약 27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증가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들 국유기업의 상반기 영업 수입은 14조5천억 위안(약 2천494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순이익은 7천37억 위안(약 121조원)으로 8.6% 증가했다.
96개 국유기업 가운데 34개 기업은 상반기 순이익이 20% 이상 급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국유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미국은 국유기업에 대한 불공정 지원을 중단하라고 중국 측에 요구해 왔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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